달러 약세는 세계경제 불안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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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인정하자. 외환시장은 연예시장이 아니다. 프로미식축구(NFL)나 MTV나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은 최근의 달러화 하락 소동을 전혀 모를 가능성이 있다. 11월 20일 현재 1유로에 1.28달러였으나 지금은 1.33달러다. 달러화가 최근 4%의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지만 누구도 신경을 안 쓴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 하락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달러화의 움직임은 우리 시대의 가장 어려운 경제적 의문을 던진다. 갈수록 증가하는 미국의 무역적자라는 대형 자극제 없이도 세계 경제가 과연 번영하겠는가?

아시아.유럽.중남미가 미국의 무역적자로 포식해 왔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2006년의 미국 무역적자는 약 8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1996년부터의 누적적자는 4.4조 달러가 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국민의 수입품 탐욕 성향도 둔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달러 하락세(올해 유로화 대비 11% 하락)에 따라 미국 수출품의 세계시장 경쟁력은 오르게 된다. 수출대국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국내경제가 더욱 성장하지 않으면 경제가 위축될지 모른다.

우리는 불편한 심정으로 "글로벌 불균형"을 이야기한다. 큰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큰 무역적자를 내는 나라(주로 미국)도 있다. 이런 현상을 예기치 못했던 경제전문가는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나 간단하게 설명되는 현상이다. 주요 세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이 문제다.

달러는 석유.밀.구리 등 원자재의 가격 책정에 가장 많이 쓰이는 통화다. 일본은 수출량의 52%를 달러로 청구한다. 한국은 85%, 호주는 68%라고 연방준비은행(뉴욕)의 린다 골드버그와 세드릭 틸은 보고했다. 주로 유로로 교역하는 프랑스와 독일조차 수출품의 약 3분의 1에 달러를 이용한다. 달러는 또 세계 각국 공식 외환보유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1조 달러와 약 9000억 달러로 가장 많이 보유했다.

달러의 세계적 역할에는 미국의 정치안정, 크고 부유한 경제, 낮은 인플레, 깊이 있는 금융시장(살 물건이 많고 팔기가 쉽다)이 반영된다. 달러가 국제 금융차관과 채권을 지배하는 현상은 놀랄 일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가가 자산을 증권이나 채권으로 보유하거나 다른 나라 은행에 예치할 때 선호하는 화폐다. 마찬가지로 미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많은 사람이 달러를 현금으로 쓴다. 국제통화기금의 집계에 따르면 달러를 자국 통화로 지정한 나라가 13개다. 그중 에콰도르가 최대 규모다. 연방준비은행은 현금 약 3500억 달러(통용되는 전체 달러화 지폐의 약 절반)가 해외에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서 글로벌 불균형이 나온다. 미국의 무역적자에는 자동적 자체교정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이 수출품의 대가로 받는 잉여 달러가 반드시 외환시장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만 되면 달러화 하락, 미국의 수출 증가, 수입 감소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외국은 상당액의 달러를 내놓지 않는다. 근년 들어 두 가지 성향이 대두했다. 첫째는 외국인 개개인이 미국의 증권.채권.부동산.기업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둘째는 통상적으로 미 재무부증권 매입을 통해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렸다. 각국 정부는, 특히 중국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미국은 나머지 세계에 세계통화라는 용역을 제공하고 수입품이라는 대가를 얻는 셈이다. 미국 소비자는 덕을 보지만 생산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 체제가 흔들리는 듯하다. 다른 나라가 국부를 늘리고 좀 더 나은 금융시장을 발달시키면서 미국의 경제적 우위는 줄어들었는지 모른다. 또는 대규모 무역적자에 따라 어느 시점에서 달러의 해외유출액이 외국인들이 원하는 보유 수준을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그 긴장이 외환시장에서 펼쳐진다. 최근의 달러 급락은 두 가지 사태 때문에 촉발됐다고 외환 전문업체 FXCM의 케이시 린은 말했다. 첫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07년 초 금리를 인하할지 모른다는 추측(그렇게 되면 달러 보유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때문이다. 둘째,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다양화할 조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의 점진적 하락이 바람직하다. 중국이 자국 통화의 엄격한 관리를 느슨히 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팽배한 미 무역적자는 신뢰감을 주지 않는다. 겁에 질린 달러에서 도망치도록 자극하거나 보호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더욱 어려운 의문을 낳는다. 달러 위주의 세계경제는 일본.중국.독일 등의 나라에 유리했다. 이들은 수출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재균형 작업"이라는 그럴 듯한 말을 한다. 수출지향적 국가는 좀 더 국내성장에 치중하고, 미국 같은 적자국은 수출 증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소리다.

말이야 쉽지만 특히 주요 수출국의 입장에선 몇 가지 간단한 경제 조정절차로 될 일이 아니다. 정부 정책과 산업구조에 심지어 국민의 의식까지 바꿔야 하는 일이다. 그런 변화가 가능할지도 불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약한 달러는 약한 세계경제를 예고한다.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ROBERT J. SAMUELSON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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