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휩쓸고간 카프지시(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곳곳에 부비트랩·시체더미/“미 시간표 따라 지상전 돌입”/발트사태­걸프전 묵계설도
○…부시 미 대통령은 1일 다국적군은 지상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 시기가 성숙했다고 생각될 때에만 지상전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걸프전쟁 개전이후 최초로 국내 군부대 시찰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세번째 방문지인 조지아주 포트 스튜어트 육군기지에서 걸프전 파견 장병 가족들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우리는 이번 전쟁을 우리의 조건과 계획표에 따라 치를 것이며 결코 사담 후세인의 시간표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군과 다국적군이 3일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안 휴양도시 카프지는 1일 각종 전쟁의 잔해와 부비트랩·시체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폐허의 모습으로 변했다.
다국적군의 대전차 미사일공격을 받아 파괴된 이라크군 장갑차들이 이미 오래전 주민들의 소개가 이루어진 이 도시의 거리 곳곳에 널려 있었으며 멀리서는 로킷발사와 공중공격의 소음이 여전히 들리고 있었다.
다국적군 병사들은 이라크군이 남기고 갔을지도 모르는 지뢰를 조심하라고 서로에게 반복적으로 경고하면서 거리를 조심스레 수색해 나갔다.
카프지는 1일 아침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중으로 탈환됐으나 이라크군 저격병들은 아직도 버려진 가옥에 숨어 총격을 가하고 있다.
○…카프지 탈환작전에서 미군 경장갑차가 다국적군의 미사일이나 폭탄에 잘못 맞아 다수의 사상자를 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반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고 걸프주둔 미군당국자들이 1일 밝혔다.
카프지 전투에서 미 해병은 11명이 전사했으며 미사일에 맞은 경장갑차에 타고 있던 해병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전투에 참가했던 미군들은 당시 미군 장갑차가 미군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련의 다국적군에 대한 지지계속은 발트해 3국에 대한 소련의 탄압에 관해 미국이 취하고 있는 강경입장을 완화하겠다는 미국측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미정부 소식통들이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들은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알렉산드르 베스메르트니흐 소련 외무장관 사이에 발표되지 않은 이 합의에 따라 동맹국들을 놀라게 한 걸프전 관련 미소 공동성명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 은밀히 관여한 한 미국관리는 『우리는 발트사태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기로 하고 소련은 걸프전에서 우리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의 원유유출로 형성된 거대한 기름띠가 더욱 확산되면서 걸프 남쪽으로 이동,원유해상오염을 막을만한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 지역의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의 국가들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이 1일 말했다.
풍향과 조수의 영향으로 남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이 기름띠는 수일내에 바레인까지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