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채용 … 학력·나이는 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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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봄 대학을 졸업한 하진(26.여)씨는 8월 인터넷업체 옥션에 입사지원서를 내면서 서류전형을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 학력이나 전공 제한은 없었지만, 일문학과 신문방송학인 전공이 아무래도 회사 업무와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B+ 정도인 평균학점도 걱정이었다. 지원자 중 대학원을 나왔거나 해외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하씨는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그는 지원서를 낼 때 '젊은 여성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에 대한 기획서를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면접 땐 평소 쌓아둔 회사와 업계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제기해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학력.연령 제한 등을 없애 지원 문호는 개방하지만, 여러 방식의 면접을 통해 실무 능력과 열정을 평가하는 등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으려 하고 있다.

◆ 면접, 다양해졌다=우리은행은 하반기 공채 때 지원자에게 휴대전화로 친척이나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한 뒤 응답 비율과 시간을 측정하는 이색 면접을 했다.

평소 인맥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보려는 취지였다. CJ그룹은 올해부터 임원면접을 문답식에서 집단토론으로 바꿨다. 4인 1조로 한 시간씩 임원들과 토론을 시켜 위기대처 능력과 표현력.창의성 등을 평가한 것이다. 교보증권은 서류전형에 통과한 지원자들을 2박3일간 합숙시키며 토론과 경영 시뮬레이션은 물론 음주 뒤의 행동까지 살펴보는 합숙면접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 때 면접시간을 기존 60분에서 160분으로 대폭 늘렸다. LG전자도 6년 만에 신입사원 정시채용을 부활하면서 면접 시간을 확대했다. 신세계와 GS홈쇼핑은 올해 신입사원을 모두 인턴사원 가운데 선발했다. 여름이나 겨울 방학 때 한 달간 일을 시켜보면 어떤 면접보다 정확하게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지원 문턱은 점차 낮아져=2년 전부터 학력과 연령 제한 등을 단계적으로 풀어온 수자원공사는 올해 공채부터 학점과 어학 기준까지 없앴다. 이 회사 류웅선 과장은 "학벌과 전공이 좋고 시험을 잘보는 사람보다 실제로 일 잘하는 사람을 뽑자는 취지"라며 "채용 방식을 바꾼 뒤 지방대 출신의 합격 비율이 높아지고 조직 결속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지난해 토익 점수 지원자격을 700점으로 완화한 데 이어 올해부터 아예 없앴고, 국민은행도 700점으로 낮췄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상장사와 공기업 489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부터 학력.전공.나이.성별 제한을 아예 없애는 '열린 채용'을 도입하거나 지원 조건을 완화한 곳이 35.2%에 달했다. 공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다섯 곳 중 네 곳, 은행 등 금융권은 두 곳 중 한 곳꼴이었다. 대신 실무 및 어학 능력에 대한 평가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현대중공업은 올 하반기 공채 때부터 영어회화와 작문시험을 추가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올부터 토익 점수가 높아도 회화 실력이 떨어지면 불합격 처리하도록 채용 규정을 바꿨다. 두산그룹도 지원자의 적성과 적응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두산 적성검사'를 시작했다.

염태정.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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