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과주말을] 내게 단 하루의 삶만 남았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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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세종서적

256쪽, 1만원

해가 저문다. 오늘부터 딱 22일 남은 2006년, 해가 가기 전에 밥 한끼, 술 한잔, 아니면 전화 한통이라도 만나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단 하루의 삶만 남았을 때 당신은 누굴 선택하겠는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이 또 죽음이란 묵직한 주제에 삶의 성찰을 얹어 독자를 찾았다.

주인공 찰리 베네토는 실패한 야구선수다. 메이저 리그에 단 6주 출장해 월드 시리즈까지 가는 삶의 절정을 맛보았지만, 줄곧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세일즈맨으로 전직한 인물이다. 풀리지 않는 인생, 헛된 희망 때문에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한 죄책감으로 술에 절어 지내다 딸의 결혼식에조차 초대받지 못한 좌절감에 자살을 택한다. 단 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는 8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와의 만남 속에서 그의 삶은 재구성된다. 그 하루가 그의 삶을 바꾸진 못하지만, 삶에 대한 태도는 바꾼다. 삶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달라진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 "평범한 게 뭔데, 찰리?"

"그냥 잊혀지는 거죠." / "아니야 찰리, 아이들 덕에 우리는 잊혀지지 않지."

관계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잊혀지지 않는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떠나기 전에 함께 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라. 인생의 마지막에서 '단 하루만 더' 필요할지 모르는 시간을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뤄두진 않았는지.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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