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김종삼(1921~ )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날품팔이하고 행상하는 엄마들 참 많았습니다. 상이군인.주정뱅이 아버지도 참 많았습니다. 파출부하고 좌판행상하는 엄마들, 실업과 노숙의 아버지들, 지금도 많습니다. 산허리에 걸리는 초저녁달과 함께 돌아온 엄마의 보자기 속에는, 누런 봉다리에 담긴 쌀 한 되와 고구마 몇 개와 신문지에 싼 간고등어 한 손이 들어 있었으면 합니다. 엄마의 살과 피로 빚어낸 마술의 밥상들! 그 밥상을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자랐던 우리들의 키눈금! 영원히, 죽지 않는 계단, 세상의 모든 엄마들!
<정끝별·시인>정끝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