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끝까지 비판신문 옥죄려는 여당 신문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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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이 어제 내놓은 신문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부분을 일부 삭제하거나 손질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규정을 '대규모신문사업자'로 말만 바꿨을 뿐이다. 나아가 위헌 소지가 있는 신문사의 경영자료 제출 규정은 오히려 강화했다. 위반 시 2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했던 조항을 정간까지 가능토록 한 것이다. 신문사의 방송 겸영 금지 조항도 그대로 뒀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규모신문사업자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이다. 어느 정도가 돼야 대규모인지 법률로 규정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마음대로 대규모신문사업자를 정해 규제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누가 봐도 정권에 비판적인 주요 신문을 옥죄려는 속셈이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이를 하위개념인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친여 신문에 대한 당근이란 비판을 받아온 신문발전기금 지원과 신문유통원 조항을 그대로 둔 것도 문제다. 신문유통원은 올해 1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신문공동배달센터를 설립했지만 고작 1억3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일반 회사라면 당장 문을 닫았어야 한다. 그래 놓고도 모자라 내년 예산에서 35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가 없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낭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여러 차례 강조해 왔지만 신문 시장은 독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헌재의 결정과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그토록 신문 시장에 간섭하고 싶다면 차라리 5공 때처럼 대놓고 보도지침서 같은 것을 부활하자고 나서는 게 떳떳하다. 그러고 나서는 민주니 개혁이니 하는 말은 입에도 올리지 말라. 그런 소리가 듣기 싫다면 이 같은 반민주 악법을 전면 폐기하고 헌재 결정 취지를 살려 새로 신문법안을 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