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뉴스 동시통역 이창희·김애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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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걸프 전쟁에서 나타난 현대전만큼이나 빠르고 정확하게 우리말을 잘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걸프전쟁 전개와 함께 갑자기 바빠진 동시통역 전문가 이창희(38)·김애미(26)씨는 급박한 전쟁속보가 들이닥칠 때마다 TV시청자들에게 통역전문가의 진가를 느끼게 했다.
MBC TV의 걸프전 현황보도 동시통역을 하고 있는 이들은 공습받고 있는 현장에서 숨가쁘게 전해오는CNN기자의 리포트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번역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했다.
『외국어를 이해하고, 이를 순간적으로 우리 언어감각으로 분석한 뒤, 생방송에 곧바로 알맞은 우리말 표현을 찾아내는 세 가지를 동시에 하죠. 앞문장은 입으로 번역하고 뒷문장은 귀로 들으며 분석해야 하는 것이 쉽지않죠』 동시통역은 전달되는 내용의 70%만 커버해도 최고급 수준이라고 한다. 시청자들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전황보도를 1백% 전달하지 못하는 일종의 「인간의 한계」로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충실히 통역하려다보니 CNN 앵커맨 기자의 실수도 그대로 옮기게 되죠. 그것이 통역자의 실수가 아니었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들 동시통역가들은 군사용어 등 전문용어도 많고 사전을 찾아볼 수도 없는데다가 성우·기자 등 방송전문가도 진땀을 빼는 생방송이다보니 10여년 이상의 훈련과 5년 이상의 실전경험이 무색해지는 때가 많다고 했다.
이씨는 파리 소르본대에서 통역전문과정을 수료,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에도 능통해 웬만한 국제회의에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고. 글 채연진기자 사진 신동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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