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잠재위험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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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권오규(사진) 경제부총리가 "주택담보대출 등 늘어나는 가계 빚이 금융권 위기를 부를 수 있다"며 "적절한 대출 증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7일 은행장.카드사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200여 명의 금융회사 임원이 모인 조찬강연에서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에게 담보대출의 고삐를 더 조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날 권 부총리는 "올 들어 9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36조원이나 늘었다"고 운을 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많은 금액이다.

특히 그는 "향후 경기 둔화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여건이 바뀌면 가계대출 연체가 늘면서 금융권 부실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담보 대출 관리를 강화해 적정 수준의 대출 증가세를 유지해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쉼없이 불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이 자칫하면 2003년의 '카드 대란' 같은 후유증을 부른다는 것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빚 갚는 능력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길거리 발급'등에 경쟁적으로 나섰다가 연체자가 양산되면서 금융권 전체가 휘청거렸다.

지표상으론 아직 본격적인 '빨간불'이 켜진 것은 아니다.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 등은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4년 말 1.7%에서 9월 현재 0.9%로 떨어져 채무 상환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또 같은 기간에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표시하는 '커버리지 레이쇼(coverage ratio)'는 101%에서 141%로 높아졌다. 은행의 금고사정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커버리지 레이쇼는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대출이 대손충당금(채무를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놓은 돈)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권 부총리도 이날 "가계의 빚 갚는 능력과 금융회사의 대응력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끊임없이 회생하는 질긴 다년생초처럼 금융시장도 위기 가능성이 엿보일 때 선제적으로 예방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7조7000억원 수준이던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이 올 상반기엔 11조7000억원으로 50% 넘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은행에서 담보대출로 받지 못한 금액을 더 빌려줘 아파트 투기 수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권 부총리는 "주택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총부채상환율(DTI) 규제 등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채무 상환 능력을 잘 심사하는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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