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보도의 총아 미 CNN/“이라크서 특혜”구설수(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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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적국과 비밀거래 의혹” 미 언론들/“급성장 시기 모략일뿐” CNN측
걸프전쟁이 시작된 지난 17일 다국적군의 공중폭격을 바그다드 현장에서 폭음과 함께 생생히 보도,「세계언론의 총아」로 떠오른 미 CNN­TV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걸프전쟁을 취재하고 있는 다른 미국인 기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CNN미스터리」는 CNN이 이해할 수 없을만큼 지나친 「특혜」를 이라크로부터 받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미 NBC­TV의 바그다드특파원 톰 애스펠기자는 18일 전화보도를 통해 『CNN이 이라크당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면서 『외국기자단의 항의를 받은 이라크 당국으로부터 회선공유나 단절중 양자택일을 통고받은 CNN은 회선단절을 선택하는 비열함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회선이라함은 일반전화회선을 통하지 않고 기사송고가 가능한 특수통신회선을 말한다.
이와 함께 CNN이 전전 바그다드지국을 설치하는 대가로 이라크당국에 위성통신장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한마디로 CNN이 비밀거래를 통해 이라크당국의 「귀빈」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얘기다.여기엔 이라크가 CNN의 입을 통해 자국의 선전내용을 전세계로 방송하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무성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CNN측의 반응은 단호하다.
CNN에 대한 비판은 경쟁에 뒤처진 다른 방송사들의 시기심에서 나온 중상모략으로 「언론스타」가 치러야할 유명세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CNN의 에드 터너 수석부사장은 『궁지에 몰린 방송기자들은 리포트할때 다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고 톰 애스펠기자를 비아냥거린뒤 다른 방송사들의 비난은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이라고 몰아붙였다.
터너부사장은 이어 『다른 방송사에 대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독점회선을 포기할 바보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한편 CNN의 이라크내 보도활동에 대해 미 정부당국에서도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 정부,특히 군부에선 CNN이 보도되는 명목으로 많은 기밀을 이라크측에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하고,일부에선 『CNN은 후세인의 가장 믿을 만한 친구』라는 독설도 서슴지 않고 있다.
댄 퀘일 부통령은 24일 『언론이 보도와 기밀누설을 구분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가시돋친 비난을 가했다.
이같은 정부 대 언론간의 설전은 마치 베트남전 당시 미 군부와 언론,특히 TV와의 싸움을 연상시키는데,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한후 윌리엄 웨스트모얼랜드 전 주베트남 미군사령관은 『미군은 TV 카메라와 싸움에 패배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바 있다.
CNN이 이처럼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는 바로 CNN의 급성장에 있다.
뉴스전문유선TV CNN의 신장은 그동안 기존 방송사들이 전율을 느낄만큼 전격적인 것이다. 최근 미 전역에 걸쳐 실시된 닐슨시청률조사 결과 CNN은 유선방송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ABC·NBC에 이어 3위를 차지,콧대높은 미 방송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CNN이 정말 이라크 당국과 뒷거래를 했는지 현재로선 분명치 않다. 하지만 미 방송사들이 특혜운운하며 CNN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CNN의 위치가 급속히 부상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는 일임에 틀림없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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