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 칼럼] 숭고한 절정의 순간 즐겨라

D H 로렌스의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 속에서 보는 성의 문학적 묘사는 더 없이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지만, 그것을 의학적으로 풀어보면 합판이나 석회로 만든 무대 장치처럼 무미건조하고 멋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자연과 인공적인 것의 대비처럼 멋쩍은 것이 의학인 것이다. 이를테면 남녀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추구하는 오르가슴에 대해서도 '성기와 그 주변의 근육이 강렬하게 만들어내는 리드미컬한 수축'이라고만 되어 있어 그것이 왜 중요한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리고 여성 자신도 어떤 것이 오르가슴이고 어떤 것이 단순한 흥분인지 가늠할 길이 없을 것이다.

간혹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에서도 리포터나 요리사 등이 '담백하다'라든가 '새콤, 달콤, 쌉싸름하다'든가 하는 천편일률적 표현으로 일관되는 것을 보면, 필링을 말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독자의 바른 이해를 위해서 남녀의 오르가슴 반응의 차이에 대해 한번 설명해 보기로 한다.

섹스의 초기 단계에서는 'vascular phase'라고 해서 혈 관계의 전반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즉 가벼운 충혈이 전신을 엄습하지만 차츰 성적 쾌감이 더해감에 따라 남자는 요도관 전체가, 여자는 질벽이 심하게 수축되고 그것이 어느 한계점에 달하면 질구 괄약근이 최대한 조여지면서 경련성 수축이 일어나 항간에서 말하는 명기 현상을 보여준다. 페니스가 삽입된 상태라면 그것이 옴짝달싹 못하도록 움켜쥐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호흡이 극도로 가빠지고, 심장박동이 1분에 100￣180회로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질구로부터 다량의 윤활성 분비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매우 단순할 것 같은 남자의 오르가슴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강 속에 있는 각 장기가 가진 평활근(平滑筋)이 강력하게 수축하는데, 이것은 정액의 사출을 위한 준비동작이다. 성적 흥분이 고조될수록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평활근의 작용은 남성 스스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간파할 수 있는 생리반응인데도 그것을 간파한 남성들은 별로 없다. 사정생리가 개시됨과 동시에 페니스 자체도 극도로 충혈되어 최대한 팽창한다. 이런 갑자기 커지는 페니스의 생리적 변화가 마치 여성의 오르가슴 반응이 페니스의 감각을 통해 남성의 성감을 고조시키듯 여성의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진 질 점막의 감각을 진작시켜 놓는 좋은 자극제 노릇을 한다.

이런 반응에 연쇄적으로 그와 관련이 있는 여러 근육이 수축하고, 이 힘에 밀린 정액은 요도구에 이르러 외부로 분출되는데 이것이 곧 사정이다. 이런 뒤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점멸(漸滅)적 수축으로 요도 속의 정액을 말끔히 질 속으로 내보내는데 이것은 후손을 이어가려는 필사적 노력의 일환이다.

일찍이 미국의 앨리스 교수는 그 수축이 8초 간격으로 평균 10회 내지 20회 가량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정이라는 특별한 생리작용을 가졌으므로 남자의 좌골해면체근과 회음횡근이 여자의 그것보다 훨씬 굵고 강대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학계의 설득력있는 이론이다. 그런 힘찬 수축력 때문에 남자의 오르가슴은 일단 그것이 일어나면 여자가 아주 넋을 잃지 않는 한 언제나 놓치지 않고 간파하게 마련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오르가슴에 진입하기 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질벽이 수차례 리드미컬한 수축을 일으키는데 적어도 2회 이상, 10회까지도 수축한다. 이런 운동은 남자가 곧 배출하는 정액을 실수 없이 받아들이려는 준비운동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오르가슴에 한번 도달하면 여성은 기성과 절규, 그리고 고문당하는 죄수 같은 표정으로 일그러지게 된다. 그리고 전신에서 땀이 흐른다. 수막 같은 발한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르가슴이 있었다는 부동의 증거다.

오르가슴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은 종국적 클라이맥스를 남녀가 숨김없이 표현하고 그리고 일치시키는 노력의 중요성이다. 그런 오르가슴의 공유야말로 부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사랑의 묘약인 것을 잊어는 안 될 것이다.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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