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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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걸프전쟁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난 연말연시 의원외교를 명분으로 야반도주하듯 행선지조차 알리지 않고 부부동반 외유를 떠났던 국회의원들이 고개를 숙인 멋 적은 표정으로 귀국하고 있는 모양이다.
더구나 그들의 손에는 3∼4개의 쇼핑백이 어김없이 들려져 있는가하면 심지어 7∼8개씩 되는 짐 보따리를 마중 나온 보좌관들에게 찾도록 하는 바람에 보좌관들끼리 가방쟁탈전까지 벌였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이재근·이돈만 의원(평민),박진구의원(민자)등은 소관단체인 자동차공업협회와 무역협회로부터 거액의 여행경비를 제공받고 미국·캐나다 등지를 여행했다는 추문도 들린다.
게다가 이들의 외유경비 또한 국민의 세금에서 1인당 1천달러를 지급해 줬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물론 의원 개인 앞으로 외교비명목으로 할당돼있는 돈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분위기를 봐가면서 찾아먹어야 할 것 아닌가. 지난 회기 내내 파행운영으로 놀고 먹더니 회기 며칠 남겨놓고 등원, 수박 겉 핥기 식의 국정감사를 끝내 그는 자기들 몫은 30%가까이 자기들손으로 올렸다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마지못해 20.4%를 올리지 않았던가. 도대체 염치도 눈치도 없는 우리네 철없는 의원들은 거기에 한술 더 떠 온 국민이 걸프사태로 불안해 하고있는 사이 속속 외국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만약 한반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 먼저 외국으로 도망갈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신문지상에 발표된 외유의원 명단을 보면 자기는 윤리·도덕적으로 완전한 사람인양 의정단상에서 큰소리치던 야당의원도 몇몇 보인다.
이들 의원들은 하나같이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떳떳지 못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지금 안으로는 걸프전쟁이 장기화의 조짐을 보임에 따라 우리정제가 입게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근검절약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한가하게 외국여행이나 다녀서야 어떻게 국민들 앞에 나서겠는가.
이제 우리 의원들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진정 한 표를 던져준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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