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강화에는 일단 성공/걸프만 속에서 맞는 부시 취임 2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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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기전이면 후반부 정치생명 위협
이라크와의 전쟁 와중에서 20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 그의 모든 정치적 운명을 걸고 있다.
전쟁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의 운신폭이 결정될 뿐 아니라 92년 재선여부도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전쟁이 초입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을 하기가 이르지만 전쟁을 결심하면서 그가 보인 단호함과 개전당일의 성공적인 공습 등은 지도자로서 그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난뒤 그의 약한 이미지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난번 파나마 침공작전과 이번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누구도 그의 리더십에 의심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이를 넘어 그는 국내외적으로 20세기 미국의 어느 대통령보다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까지 있다.
많은 정치분석가들은 전쟁상황이 잘 전개된다는 전제하에 『전쟁후 부시의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는 극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그는 미 국민들 속에 잠재된 월남전 콤플렉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예상에 대해 민주당측 인사들도 동조하면서 92년 대통령선거때의 민주당 입지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인사들은 민주당출신 카터 대통령시절 이란 인질구출에 실패한 점을 지적하며 『카터가 단 8대의 헬기를 사막에 제대로 내리게하지 못했던 점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다음 선거 치르기가 어렵게 됐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이러한 전망들은 모두 전쟁이 많은 희생자없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전쟁은 전쟁이고,경제는 경제』라며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전쟁에서의 승리가 국민에게 감명을 주어 공화당이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적임자라는 인상을 줄지 모르겠으나 경제가 나빠진다면 모두 소용없는 일』이라며 『92년이 되면 국민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는 최고의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것이나 이어 국내정치를 잘 수습할 최고대통령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2차대전에서 승리하고도 선거에 패배한 사실을 그 예로 지적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 보수주의를 더욱 뿌리내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동구의 변화와 함께 『냉전도 끝났으니 이제는 좀더 많은 자원을 군사비보다 국내문제에 쏟아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이는 자연히 진보적인 민주당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통해 국민들이 고도정밀무기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함께 강한 군사력에 대한 애착과 찬양을 갖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내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지난번 예산파동때 부자들에게 과세하는 문제로 부시를 공격했던 깅그리치 공화당 원내총무등 공화당우파들이 전쟁을 계기로 완전히 부시쪽으로 돌아섰다.
또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샘 넌 상원의원이 지난번 전쟁승인 결의안 표결때 반대편의 선봉에 섬으로써 전쟁이 승리로 끝날 경우 더이상 부시의 상대자가 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전망이나 평가들이 속전속결로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라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부시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이 방향으로 당연히 전력투구할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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