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생중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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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드디어 체니 미 국방장관이 나타났다. 페르시아만 전쟁이 터진지 3시간만이었다. 그때까지 전황은 한치앞이 안보이는 캄캄한 상태였다. 세계의 기자들은 소나기처럼 질문을 퍼부었다. 이때 체니가 답변한 말은 『나도 CNN을 통해서 알고 있을 뿐이다』는 것이었다.
그 숨막히는 순간에 기자회견장엔 폭소가 터지고 말았지만 이것은 현대의 매스컴 상황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발언이기도 하다.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 TV인 CNN은 페르시아만 전쟁이 벌어진 순간,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작렬하는 폭음을 배경음으로 들려주며 실감나는 현장의 뉴스를 세계에 방송했다.
89년 중국의 천안문사태,동유럽의 민주화 항쟁,소련의 민족봉기 등 세기적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도 그랬다. 아마 CNN의 현장중계가 없었으면 그 많은 세계인들이 삽시간에 그처럼 충격적인 반응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24시간 꼬박 뉴스만 방송하는 CNN은 『분쟁이 있는 곳엔 어디든 동시에 양쪽으로 달려간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양쪽」이라는 취재정신은 때때로 국적없는 방송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CNN은 오늘의 세계가 「정보화」시대임을 상기시킨다. 첨단과학기술을 유감없이 이용해 정확한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세계에 제공함으로써 문제를 신속히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만해도 CNN은 「텔리비전과 디플로머시(외교)」의 합성어인 「텔리플로머시」(Teleplomacy)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기민한 역할을 했었다.
이라크의 후세인은 다른 매체는 다 밀어내고 CNN만은 불러들여 미국을 겨냥한 발언들을 했다.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전쟁으로 나타나고 말았지만 지금도 바그다드에 그 기자들이 남아 있는한 텔리플로머시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CNN은 지금 1천6백명의 기자들을 거느리고 뉴스있는 곳엔 어디든지 달려간다.
세계 89개국에서 6천만가구가 이 TV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페르시아만 전쟁은 베트남전쟁때 보다도 더 실감나게 매스컴을 통해 세계에 비춰질 것 같다. 오히려 그것이 문제해결을 재촉하는 구실을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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