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입 냄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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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간은 늘 오감인 시각·미각·촉각·후각·청각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여러 각도로 노력해왔다. 그중 하나인 후각은 한 인간을 가까이, 혹은 멀리 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각종 향수나 청정제 등 여러 가지 향료들이 개발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젊고 아리따운 여자 가까이 갔더니 입 냄새가 나더라, 이 얼마나 볼품 사나운 모습인가.
며칠 전 50세 된 중년부인이 말할 때 입에서 악취가 난다며 진찰실로 들어왔다. 환자는 도자기나 옛 그림 등의 골동품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늘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입 냄새가 나서 일하기가 난처하다는 것이다.
입 냄새는 구강 내에서 나오는 것과 그 외 다른 신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구강 내에서 나오는 것은 모든 입 냄새의 70∼80%를 차지 한다.
구강에서의 악취는 혀나 입안에서 박리된 상피세포가 타액에 의해 씻겨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나 음식찌꺼기들이 치아사이에 남아 입안 세균에 의해 부패돼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인에게서도 타액(침)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경우나 입을 벌리고 있어 입안이 마른 경우는 입안에서 박리된 상피세포가 타액에 의해 씻겨 나가지 못해 입 냄새가 날수 있다. 그 예로 ▲수술이나 질병으로 오랫동안 음식섭취를 못할 때 ▲약물부작용으로 입안을 마르게 하는 약을 먹었을 때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골초 ▲코에 이상이 있어서, 혹은 습관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는 입 냄새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일반적으로 구강세척을 좀더 열심히 한다든지, 입안이 건조하지 않게 신경 쓰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병적으로 잇몸이나 치아주변에 염증이 있는 경우, 충치사이 혹은 잘 맞지않는 의치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부패돼 입 냄새가 나는 경우가 고민이 된다. 아까의 부인 환자도 진찰한 결과 10년 전에 했던 의치사이에 또 다른 충치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는 입 냄새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구강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입 냄새가 나는 경우는 ▲축농증, 코에 염증이나 암이 있는 경우, 폐농양이나 폐암, 기관지확장 증과 같이 폐에 부패를 일으킬 병변이 있을 때 ▲음식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병변이 있는 경우로 환자들이 가끔 소화가 안되고 체한 것 같을 때 입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되고 ▲전신질환으로 백혈병환자나 당뇨병·간 경화증·요독증이 악화될 때 등이다.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실제 냄새는 나지 않지만 본인만이 계속 느끼는 경우는 냄새맡는 신경이 잘못되었을 때와 정신병·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입 냄새는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구강상태를 청결히 하고 담배를 끊고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하며 심한 경우는 구강 병변이나 그 외의 질병이 있나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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