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철수」 미 가장 곤혹/페만 최후의 5개 시나리오/WP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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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쟁 길어질수록 미 손해/후세인 패배우려 일방 철수 가능성/이스라엘 공격받으면 전면 중동전
페르시아만 사태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결심만을 기다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결과가 불확실한 전쟁에 돌입할 것인가를 결심해야 하며 후세인 대통령도 타협과 전쟁이라는 양갈래 길의 선택을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유엔의 철수시한을 넘기면서 미 워싱턴 포스트지는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최후의 5개 시나리오를 열거했다.
이에 따르면 이라크가 ▲철수시한 직후 쿠웨이트에서 무조건 철수 또는 ▲부분적 철수를 시작하여 외교적 진통을 겪거나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등의 3가지중 한가지 선택과 미국이 ▲무력사용을 어느 정도 늦추거나 ▲즉각 전면전쟁에 돌입하는 미국의 양자택일로 요약되어 있다.
다음은 각 상황의 가능성.
◇전면 철수=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의 마지막 타협이 실패한 현재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후세인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얻은 이란 영토일부를 포기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극적인 그의 결심이 있을 수도 있다.
후세인은 패배했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유엔 철수시한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이를 시행할 수도 있다.
후세인은 군사력이나 화학무기·핵시설 등이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중동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부분 철수=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지지부진하고 혼란스런 외교적 게임이 수반될 것이다.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남부 및 중심지대에서 철수하되 북부의 유전지대와 부비얀 등 2개의 섬은 계속 점령할 경우다.
부시와 연합국들은 비록 유엔의 결의에는 못미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라는 외교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며 철수가 시작된 마당에 부시로서는 무력사용을 명령할 수도 없게 된다.
후세인은 △팔레스타인 문제 △대 이라크 불공격 보장 등을 요구할 것이며 이를 놓고 연합국 세력간에 균열이 생길 것이다.
이 경우 후세인은 자신이 승리를 했다고 주장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미국은 이라크가 국제적 결속을 깨기 위해 이를 시도할 것에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편에 있던 아랍권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으며 쿠웨이트 사태는 중동전으로 확대될 것이다.
중동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의 무차별 공격이 있게돼 후세인의 존재는 물론 이라크의 파멸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후세인으로서는 이 길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무력사용 연기=부시 대통령이 『늦지 않게 곧』 무력사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후세인에게 전쟁의 결과를 고려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공격을 잠시 늦출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후세인도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이 입을 타격도 적지 않다.
15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후세인은 아랍세계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또 아랍권의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의 의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여 결국 동맹국간의 결속이 깨질 것이다.
◇즉각적인 전면 전쟁=미 국방부는 단기전이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모험적인 결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이 경우 아랍권의 여론과 전쟁 후의 세력균형을 고려하여 이라크자체를 파괴하기 보다는 군사력만을 파괴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되어 과연 그러한 공격이 가능할지도 문제다.
미국의 우세한 공군력·야간작전 능력 등을 들어 단기간내의 결정적 승리가 보장된다고 군사관계자들은 주장하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양쪽의 희생자가 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전쟁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 천정부지로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고 이라크의 수많은 사망자 때문에 아랍권에 반미감정은 더 높아질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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