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은 우리 삶의 흔적

중앙일보

입력


문화재청이 전국 12개 간이역을 문화재로 등록키로 했다고 한다.
이번에 관심을 끄는 것은 문화재가 더 이상 사람들의 실생활과 괴리된 대상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기억들이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일상의 장소'라는 것이다.
사실 문화재로 등록돼야 할 것은 역사(驛舍) 그 자체만이 아니라 역 주변 풍경과 경관, 그리고 그 분위기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전 다방과 식당·광장·급수탑·철길·가로·나무·꽃·신호기·창고·부속시설 등도 문화재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1899년 9월 18일 제물포∼노량진 간 32km의 경인철도가 개설된 뒤 도시지역의 큰 역들은 일본과의 연결을 위한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세워진 반면 간이역은 말(馬)이 달리던 원래의 도로망과 연계돼 설치됐다. 따라서 전통적인 마역사나 도로망에 대한 추적도 가능하다.
간이역 보존에 대한 움직임은 보잘 것 없다고 여겨졌던 과거 우리 생활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이것은 곧 현재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가치있게 하는 창조적 행위다.

- 글: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
프리미엄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