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안개보다 산성 2배/「산성 안개먼지」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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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먼지와 안개에 아황산가스 결합/45일중 가시거리 7㎞ 이하 29일
대기오염이 날로 심해지는 서울에 「산성 안개먼지」라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다는 환경처의 조사결과는 과감한 정책과 투자가 없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오염이 중대한 재해로 발전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환경처의 이번 측정은 환경처가 있는 서울 잠실동일대를 대상으로한 것이나 쌍문동·길음동·면목동·성수동 등 서울에는 잠실보다 공기오염이 두배 가까이 심한 곳이 많아 이같은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서울의 뿌연 공기가 어디에 원인이 있느냐는 시민들의 문의에서 비롯됐다.
환경처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환경처청사 남쪽 15㎞지점 사이에 있는 패밀리아파트·남한산성 등 빌딩·산 10곳을 시정거리 측정목표로 삼아 45일간 매일 매시간 측정을 계속했다.
환경처는 이 시정거리 측정결과를 그날의 습도·먼지농도·겨울특유의 지표면 기온역전현상 등과 비교한 결과 양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하고 산성 안개먼지라는 새롭고도 충격적인 현상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습도·먼지농도·기온역전차가 심할수록 시정거리가 짧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공기가 혼탁해 시정거리가 1.1㎞로 짧았던 11월3일의 경우 습도는 71%,먼지는 기준치 이상인 입방m당 2백마이크로g,아황산가스는 0.079PPM,지표면과 지상 50m지점의 기온차(지표면이 더 고온)는 2.3도나 됐다. 기온역전차가 심한 것은 공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에 시정거리가 9.4㎞로 정상이었던 11월30일에는 습도가 50%,먼지는 1백14마이크로g,아황산가스는 0.038PPM,기온역전차는 1.6도로 낮았다.
45일중 시정거리가 7㎞ 이내로 나빴던 날은 64%인 29일이나 됐고 그중 4㎞ 이내로 매우 불량했던 날은 전체의 26%인 12일이었다. 특히 주·야간 기온차가 심한 11월에는 3일에 하루꼴로 4㎞ 밖이 보이지않는 답답한 도시가 됐다. 도시에서는 10㎞ 이상,농촌에서는 20㎞ 이상을 볼 수 있어야 정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미세한 먼지가 각각 주변의 안개수증기와 결합,응결되면서 시야를 차단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안개먼지는 서늘한 날씨에 많이 발생하며 오전 9시쯤 가장 심했다가 기온이 오르는데 따라 오후 2시쯤 사라졌다가 다시 점차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이번 측정에서 서울안개의 산성농도는 PH5.2∼5.4로 정상안개보다 산도가 1.6∼2.5배 강한 것으로 나타나 산성비·산성눈에 이어 산성안개가 등장했음이 확인됐다. 이는 공기중에 늘어난 아황산가스의 영향이다.
서울 잠실의 산성 안개먼지는 4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52년의 런던 스모그사건 당시 먼지농도가 1천4백∼4천4백마이크로g이었던데 비해 1백∼2백마이크로g이어서 농도는 낮으나 런던형 스모그의 초기형태로 판단되고 있다. 환경처 주수영 대기제도 과장은 『대기오염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도시가스공급·연탄 및 석유의 저유황화·경유차량의 감축 등에 대대적인 환경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연하게 느껴오던 서울의 대기오염이 이번 조사결과 명백히 드러난만큼 이제 정부는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가 된 것 같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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