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취업준비생들 사랑방 열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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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토론방을 이용하는 숙명여대 의류학과 학생들의 취업 스터디 모임인 비상의류팀.


취업준비생들은 대개 짝을 지어 '취업 스터디' 활동을 한다. 대략 구직자의 30% 이상이 스터디 활동에 참여해 취업정보를 나누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스터디를 할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고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취업준비생 여알찬(23)씨는 "매번 장소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학생들은 강의실이라도 빌릴 수 있지만 졸업한 선배들을 보면 커피숍에서도 스터디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도서관에는 자리가 부족하고,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2~3시간 머물기가 쉽지 않다. 모임비용은 3시간 기준으로 1인당 5000~7000원 수준. 5명으로 이뤄진 스터디 그룹의 경우 장소를 빌리는 데만 하루 3만여원을 지출해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해 줄 만한 공간이 생긴다. 노동부는 전국 6개 지청에서 운영하는 46개 종합고용지원센터에 토론방을 설치해 내년 초부터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서울 강남센터(02-3468-4794)와 전주센터(063-270-9100), 광주센터(062-239-8000)만 토론방을 개방했다. 또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재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는 '스터디로 내 일 잡(JOB)기'란 행사를 열고 스터디 그룹에 무료 토론방을 개방했다.

서부센터는 대형 평판TV를 구비한 시청각실과 동영상 면접실 등 4개의 공간을 토론방으로 꾸몄다. 토론방 이용자들을 위해 화이트보드를 구비했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C와 프린터도 비치했다. 각종 서적과 신문 등 집단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학습 기자재를 갖췄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 모여 현직 분야별 전문가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

토론방을 찾은 대학생 이경훈(23)씨는 "학교 강의실보다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곳을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부센터의 토론방을 이용하려는 스터디 그룹은 직업진로지원팀(02-2077-6199)으로 문의하면 된다.

취업스터디 그룹들이 마주치는 또 다른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업계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해줄 현직 전문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취업 스터디그룹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업무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50~100명으로 이뤄진 대형 스터디그룹의 경우 업계 전문가를 초청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5~10명으로 이뤄진 취업 스터디그룹의 경우 선후배와 친구 등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하는 방법 외에는 업계 전문가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부센터는 토론방 개방과 함께 현직 업계 전문가와 취업 스터디그룹이 만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경제.경영, 문화.예술, 광고, 홍보, 패션 등에 이르는 다섯 가지 분야의 멘토들이 참석해 업계에 대한 정보를 들려줬다.

'멘토와의 시간'에서 증권회사 입사를 준비 중인 한 학생이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대우증권 김호범 부장은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로서의 삶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매사에 집중해야 한다. 그 부분이 가장 힘이 든다"고 충고했다.

또 "광고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라는 광고회사 지망생의 질문에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 임종헌 부장은 "일상 생활 모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 항상 광고인의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이를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답했다.

김은철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 소장은 "고용지원센터의 토론방 무료 개방과 멘토링 서비스가 이들의 취업 준비 활동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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