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임용고사 포기 권유(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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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선후배는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학적과를 찾는 선배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선배님,참교육 실천을 위한 우리의 몸부림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8일 오후 서울대 교내 대학본부 1층 학적과 입구엔 오는 20일 실시될 교원임용고사에 반대하는 대자보 10여장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다.
사대재학생 60여명이 임용고사에 필요한 성적·졸업증명서를 발급받으러온 졸업예정자·임용대기자들에게 시험포기를 설득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
『선배님이시죠. 저는 89학번입니다.』
손진욱군(21·윤리교육 2)등 재학생 4∼5명이 일렬로 서서 학적과로 들어오는 과선배들을 붙들고 설득(?)을 계속했다.
『임용고사제는 사대생들을 「학원입시생」으로 만들겁니다. 또 참교사들에게 고삐를 채워 교육민주화도 저지시킬 겁니다. 선배님,재고해 주십시오.』
선배들은 후배의 호소에 일부 긍정하면서도 시험을 통하지 않고는 교사가 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2년전 졸업,석사과정까지 마친 남수경씨(24·여·화학교육졸)는 성적증명서 등 서류를 왼손에 거머쥐고 나오다 농성중인 과후배들과 마주쳤다.
『임용고사제가 우리의 열악한 교육현실을 고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졸업한지 오래됐고 석사취득까지 했는데 더이상 쉴 수도 없고….』
남씨는 어찌할 바 모르며 동문들을 바라보다 『접수까지 이틀 남았으니 더 생각해 보겠다』며 농성장을 떠났다.
『국립 사범대생들의 교원임용자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임용고사제를 반대하는게 아닙니다. 「콩나물 교실」「입시 지옥」 등을 임용고사제가 해결해줍니까. 오히려 고착화시키기만 할겁니다.』
어릴적부터 교사를 꿈꿔왔다는 졸업예정자 안강병씨(27·화학교육 4)는 『참된 이상을 위해 꿈을 잠시 보류하자』고 했다.
농성장에 나와 있던 한 교수는 『임용고사제에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내일을 위해 오늘의 극한적 행동을 자제하자』고 착잡한 표정으로 제자들을 달래고 있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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