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오물 분쇄기 「디스포자」/수질 더럽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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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음식찌꺼기 빻아 하천방류/주부들/쓰레기분리 귀찮아 선호/신도시 일괄설치등 수요 급증/“질소·인 등 발생 적조현상 가중”
쓰레기 분리수거가 실시됨에 따라 인기를 끌고 있는 주방오물 분쇄기(일명 디스포자)가 음식물 찌꺼기를 하천에 그대로 방류,수질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분당등 신도시아파트 건설을 맡고 있는 대형건설업체들은 일괄적으로 분쇄기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규제·대책이 시급하다.
주방오물 분쇄기는 음식물 찌꺼기를 모터로 잘게 갈아 생활하수와 함께 하천으로 흘려보내도록 만들어진 주방기기.
현재 가전제품 전문회사인 K,D사가 각각 미국의 ISE,웨이스트킹사 제품을 수입,개당 14만∼30만원에 팔고 있으며 분쇄기사용때 싱크대 하수구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쓰레기양도 줄일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처에 따르면 처음 국내에 소개된 83년부터 89년까지 7년간 대형업소·일반가정에 모두 2만2천여개의 분쇄기가 보급됐으나 최근 수요가 폭증,90년 한해에만 1만여대 팔렸다.
게다가 최근 쓰레기분리수거에 따른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주부들을 겨냥,H건설등 10여개 대형건설업체들이 일산·분당 등지의 신축아파트에 일괄적으로 분쇄기를 설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수에 포함된 오물은 분해되면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높일 뿐만 아니라 부유고형물과 질소·인 등을 발생시켜 부영양화현상을 초래,적조현상 등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부영양화된 생활하수는 지하로 스며들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마저 오염시킨다는 것.
이 때문에 일본·미국 동부지역에서는 분쇄기 사용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하수처리시설이 완벽한 선진국들과 달리 전체 생활하수의 72%가 하수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분쇄기 사용을 규제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교수(45)는 『분쇄기가 수질오염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하수처리과정에서 걸러낸 찌꺼기(슬러지)가 남아 이를 다시 매장해야하는 등 에너지의 낭비마저 초래,분쇄기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쇄기 수입판매를 규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재 방치상태다. 환경처는 기존의 폐기물법에 규제조항을 삽입하려했으나 상공부의 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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