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연극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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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연말 연극계에는 색다른 출판물이 한권 나와 많은 연극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78세로 연극계의 원로이자 현역 최고령 연기자이기도 한 고설봉씨가 반세기가 넘는 자신의 무대체험을 토대로 『증언 연극사』라는 책을 펴낸 것이다.
고옹이 처음 연국무대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37년,그의 나이 24세때 동양극장 연구생으로 입단하면서 부터다.
따라서 그의 증언은 우리나라 근대극의 여명기라 할 30년대 연극계 상황을 당시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유명한 배우들의 활동 모습과 함께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우리 연극사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고옹의 증언가운데 특히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그가 속해 있었던 동양극장부분. 직업배우들이 계약제를 통해 무대에 섰고,최고의 스태프가 연출·무대미술·분장·의상·진행등을 맡아 보았을 뿐 아니라 최고의 시설에 레퍼터리 시스팀으로 운영되었던 연극전문관 동양극장이 우리 연극사에서 외면되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양극장의 연극이 대부분 멜러드라마나 상업극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한 시대의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연극활동을 한마디로 「신파극」이라 하여 도외시 하거나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고옹의 증언으로 연극계에 처음 알려진 것은 신파극 이전에 있었던 「구파극」의 공연활동이다. 이들 구파극 출연자는 대부분 구한말 궁중 배우출신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레퍼터리도 민속을 포함해 다양했던 모양이다.
이들은 일정한 상설무대가 없이 양반집 대청마루나 천변의 가설무대에 알전구를 켜고 공연을 했는데 가정비극·희극이라 이름 붙인 단막극,모노드라마 비슷한 재담극,그리고 발에다 탈을 씌운 발탈춤 같은 것을 들고나와 관객을 즐겁게 했다고 한다.
마침 올해는 문화부가 중점적으로 펼치는 「연극·영화의 해」다. 따라서 연극·영화계 원로들의 이같은 증언을 더욱 발굴하여 우리의 연극사·영화사 정리에 귀중한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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