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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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60년대 초 이후 근30년 동안 우리경제에서 수출은 성장의 원동력이었다.64년에 처음으로 수출실적이 1억달러를 돌파한 후 올해에는 통판기준으로 수출이 약6백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수출신장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가장 주된 요인이라는데 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89년부터 수출의 증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2,3년 내에 크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수출만이 살길인데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위기라고 표현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안이하기 짝이 없다. 이제 국민소득이 5천 달러를 간신히 넘어섰는데 모두들 여기서 주저앉고 말 것만 같다. 수출을 기필코 늘려 선진국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한 의욕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우선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고급화시키며 고유상표를 부착해 수출하지 않고서는 수출의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즉 기술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각고의 노력이 없이는 수출도 늘 수 없고 선진국도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과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이 이 막중한 일을 기필코 해내야만 우리는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근로자들은 우리경제가 전환점에 놓여 있음을 참작하여 지난30년 동안에 보였던 강한 근로의욕을 부활시켜야만 한다. 지금처럼 수출품의 불량품 비율이 경쟁상대인 일본·대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태에서는 이 극심한 국제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정치권의 각성은 우리의 국력을 결집시키는데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국가의 이익은 도외시하고 파쟁에만 몰두할 때 국민경제에 주는 부담은 매우 큰 것이다. 정부도 강력한 리더 심을 발휘해야만 할 때다. 수출산업을 세제·금융 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고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할 때 수출은 도저히 늘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힘든 일을 기피해 기능인력이 제조업을 떠나는 형상도 막아야만 한다. 가계의 과소비가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절제하는 분위기 또한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과거와 같은 수출에 대한 강한 의욕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제는 모두가 현실을 똑바로 인식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리더 심 아래 기업·근로자·가계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수출의 증가세를 회복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래야만 우리도 「한강의 기적」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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