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장성호 선물은 금메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이시이를 한판으로 꺾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장성호가 부인이 앉아 있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도하=변선구 기자

드디어 '2인자' 딱지를 뗐다. 3전 전패를 당했던 숙적을 결승에서 통쾌한 한판으로 물리쳤다.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장성호(28.수원시청)에겐 12월 3일(한국시간)이 평생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장성호는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스포츠클럽 유도장에서 벌어진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지금까지 세 번 만나 모두 졌던 일본의 이시이 사토시를 만났다. 당연히 열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것이 있었다. 부인 김성윤(27)씨가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김씨는 입술을 깨물고 경기 내내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내 남편, 금메달 따게 해주소서"라며 간절히 기도를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등 '은메달 전문'이었던 장성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큰 키(1m92cm)를 이용해 초반 잡기 싸움에서 우위를 잡은 장성호는 3분쯤 안뒤축 걸기 절반을 따냈고, 이를 만회하려 달려드는 상대를 종료 11초 전 장기인 허리후리기로 후련하게 넘겨버렸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장성호는 유도계에서 소문난 애처가다. 동료는 "결혼한 뒤에는 훈련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교회학교 교사인 김씨는 '나일론 신자'였던 남편을 확실한 기독교인으로 만들었다. 장성호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매트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그는 "부족한 제게 큰 능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그동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주는 결혼 1주년 선물"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면서 주말 부부가 됐다는 김씨는 '이제 남편과 뭘 할 거냐'는 질문에 "같이 집에만 있을래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장성호가 "이번에 지면 은퇴하려 했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도 욕심이 나서 도전해야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장성호의 부인 김성윤씨가 일어선 채로 두 손을 모으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도하=연합뉴스]

아동심리학 석사인 김씨는 "남편이 이제 금메달을 땄으니 미뤘던 박사 학위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한편 여자 78㎏급 이소연(포항시청)은 결승에서 일본의 나카자와 사에에게 '효과'로 앞서갔으나 종료 1초 전 효과를 허용, 연장으로 끌려갔고 결국 1-2 판정으로 져 은메달에 그쳤다.

도하=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