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회복을 위한 캠페인/사람답게 사는 사회: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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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가정파괴­인신매매 “불감증”/성도덕 타락/성의 “쾌락상품”화… 퇴폐 범람/여승객 납치 돈뜯는 범죄까지/단속보다 윤리회복운동 급선무
우리 사회 도덕성 위기를 벌거벗은 모습으로 보여주는 현장은 성 윤리다. 가치의 전도,규범의 붕괴가 전면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 경찰서는 역삼동일대의 호스트바 세곳을 기습단속해 호스트 13명과 여자손님 9명을 연행했다.
깔끔한 정장차림에 대부분 수려한 용모의 10대 후반인 호스트들. 여자손님과 외박을 나갈 경우 화대로 20만원까지 받았다는 윤모군(19·N고3년)은 『디스코테크에 놀러가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사입으려면 집에서 타는 용돈으로는 어림없다』며 『여자손님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게 잘못이냐』며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엉뚱한 직업관을 늘어놓았다.
룸살롱 마담·여대생까지 낀 여자손님들은 한술 더 떴다. 이들은 『남자들은 마음대로 즐겨도 괜찮고 여자들은 술시중을 못받는다는 법이 어디 있으냐』며 담당형사에게 오히려 대들기까지 했다.
이들의 항변대로 여자손님들은 적용할 법규를 찾지못해 모두 훈방되고 10대 호스트들도 성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는 기묘한 이유로 전염병예방법 위반의 간단한 즉결처분만 받고 풀려났다.
담당형사는 『성도덕이 어디까지 무너져 내리는지,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인격의 가장 소중한 일부를 이루는 성의 순결·존엄이 내팽개쳐지고 한낱 찰나의 쾌락을 위한 상품으로 공공연히 거래된다. 10대 청소년들까지 그런 오염된 환경에 방비없이 방치돼 있다.
성도덕의 타락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우리 사회를 떠받쳐온 윤리와 상식의 밑뿌리까지 흔들고 심할경우 가족관계마저 파괴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10대의 탈선,성인들의 퇴폐향락,성을 상품화하는 대중문화의 범람속에 날뛰는 인신매매·가정파괴·호스트바 같은 범죄와 변태가 그런 것들이다.
최근 서울 강남등 여관밀집지대에는 밤마다 봉고차를 이용,10여명씩의 윤락녀를 태워 여관을 돌며 윤락녀를 공급하는 「공개매춘」이 크게 늘고 있으나 경찰은 단속조차 못하고 있고 룸살롱·카페 주인들은 늘어나는 손님의 요구에 맞추기위해 여자접대부를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유흥업소 심야영업 단속이 강화되자 일본으로 건너간 호스티스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오는가 하면 지난해 12월20일엔 호스티스에 이어 호스트까지 일본 환락가에 팔아넘긴 인신매매조직이 경찰에 붙잡혀 성도덕의 타락은 단속만으론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성범죄도 갈수록 지능화되어가고 있다.
학부모를 사칭해 여교사를 납치,폭행한뒤 사진을 찍어 금품을 뜯어내는가하면 중형택시 여자승객의 나체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등 성을 무기로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신종범죄들이 잇따라 일어난다.
지난 한햇동안 경찰에 붙잡힌 강간·강제추행등 성범죄 사범만도 7천6백여명. 이가운데 38%인 3천여건이 청소년들이 저지른 것으로 집계돼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이온죽 교수는 『성의 개방과 성의 타락은 별개의 문제』라며 『성도덕의 타락을 막기 위해서는 공권력에 의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사회전체적인 건전가정,새로운 윤리회복운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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