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가능성에 초점 맞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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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예심을 거쳐 올라온 40여명 2백여 편의 작품을 읽어보고 박영씨의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그 외에 최후 선까지 오른 작품으로는 이인원씨의『시간의 반도체를 찾아서』,정헌씨의 『아름다운 건국을 위하여』,마득운씨의 『아버지의 바다』등이 있었다. 최근 몇 년의 일반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성있는 작품, 무언가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작품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유감이었다. 대체로 투고 시들은 사변적이고, 직설적인 것들이 많았다. 메시지 전달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투고자들이 시적 형상화라는 측면을 소홀히 생각하지 않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유행을 추수하고 있는 듯한 인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는 시이어야 할 것이고 신인은 참신한 개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당선작인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은 다소 거칠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매끄럽거나 산뜻하게 정리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자신의 목소리를 지니고 대상을 투시하는 눈이 날카롭다. 사소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삶의 역설적 측면을 인식하는 그의 상상력도 풍부하다. 이 모든 것들은 그의 문학적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한다.『시간의 반도체를 찾아서』는 메시지가 약했으며『아름다운 건국을 위하여』와『아버지의 바다』에서는 소위신춘문예의 상투성을 모방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끝으로 당선작을 결정함에 있어도 심사위원 사이에 어떤 이견도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심사위원: 김주연·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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