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양방에묻는다] 한방 우울증 치료제 개발 배현수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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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의학계에선 매우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천연물을 소재로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 곧 상품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울증 치료제는 전 세계 매출액 10대 의약품 중 3개가 올라가 있을 정도의 '대박 상품'. 7년여간의 연구 끝에 한방 우울증 치료제 '연심정'을 개발한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사진) 교수에게 개발과정과 약리효과에 대해 물었다.

-연심정은 어떻게 개발됐나.

"약의 소재는 연꽃 씨앗인 연자육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는 한방에서 우울증에 많이 쓰는 50여 가지 후보물질을 가지고 동물실험을 했다. 그중 연자가 가장 효과가 뛰어나 집중 연구를 하게 됐다."

-동물실험은 어떻게 하나, 그리고 효과는.

"우울증에 걸린 쥐를 만든다. 물속에 빠뜨리거나, 음식을 주지 않는 등 6주 정도 괴롭힌다. 이렇게 한 뒤 행동심리를 측정해 보면 호기심도 없어지고, 물속에 집어넣어도 살려는 의욕이 없다. 이를 동물 절망 모델이라고 한다. 이런 쥐에게 연심정을 먹이고, 행동 변화를 본 결과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우울증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는데 어떻게 다른가.

"천연물이라 기존 제품에 나타나는 부작용이 없다. 기존 제품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증가시킨다. 문제는 부작용 사례가 많이 보고된다는 것이다. 장기 복용할 경우 성기능 장애.불면증.무기력증이 나타나고, 약을 중단할 경우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금단증상 보고도 있다. 하지만 연심정은 오히려 성욕이 촉진되고, 혈관 탄력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부작용이 없으니 청소년이나 경증 고혈압에도 쓸 수 있다. 특히 다른 약은 6주 이상 투여해야 약효가 나타나지만 연심정은 2~3일 만에도 증상이 개선된다."

-임상 없이 제조.판매 허가를 받았는데.

"정확하게 의약품 제조 품목허가를 받았다. 아직은 신약이 아닌 한방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우울증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못해 적응증으로 노심(怒心).토혈(吐血)이라는 한의학 용어를 썼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허가 신청서를 낸 상태다. 내년 2월부터 의사 처방 없는 일반약으로 판매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연심정을 세계로 가져가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제는 2005년 한 해만 약 20조원의 매출 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단일 치료제로 세계 3위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임상기간은 대략 2년 정도 잡고 있다."

※배 교수는 한의사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에서 박사학위(1996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생리학)를 받았다. 이어 노스웨스턴대학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원과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10여 편의 우울증 관련 논문 중 네편은 SCI급 국제저널에 발표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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