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치밀한 '덫'이 다가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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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스파이의 정보 수집 활동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 정치체제, 상거래 관습, 자원 및 기술경쟁력과 맞물려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최소 비용으로 노출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밀한 수집 계획을 작성한다.

컴퓨터, 소형 전자감시 등 도구를 활용하기도 하며 특수요원 투입ㆍ포섭ㆍ미인계ㆍ협박 등 고전적인 정보수집법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때로 통제구역에 침입하거나 호텔에서 소지품을 뒤지고 개인 노트북을 훔치는 무모함과 과감성을 보이기도 한다.

산업스파이의 가장 일반적인 행태는 유도 심문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어 경계심을 없앤다.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개인신상, 직업, 주변 인물 등에 대한 정보를 유출한다. 자세, 시선, 표정 변화 등을 자극하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반응을 분석해 사실을 추론해낸다. 이들의 유도 심문은 매우 교묘하다. 일반인들은 상대방이 정보 수집을 위해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는 진의를 간파해내기가 어렵다.

도청 역시 가장 고전적인 접근법 중의 하나다. 대화를 엿듣는 것으로 시작해 녹음기ㆍ비디오 등 장비를 활용하기도 한다. 공공장소ㆍ대중교통 차량ㆍ식당ㆍ카페ㆍ휴게실뿐 아니라 사교 모임 장소도 도청의 장소가 된다. 경우에 따라 교통감시, 보행자 감시, 실내 CCTV 등도 활용한다.

무단침입 역시 스파이들이 단골 메뉴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서류, 시청각 자료를 절취 복사하거나 도청장치 설치 등을 목적으로 사무실ㆍ제한구역ㆍ전자장비실에 침입한다. 거주지와 투숙 호텔 등에 대한 무단침입은 해외출장지 정부, 제3국 정보기관, 외국기업 등에 의해 이뤄지며 종종 호텔 종업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컴퓨터 망에 침입하는 해킹기법도 광의의 무단침입이라 볼 수 있다.

해외 출장 때에는 보안행동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해외 출장 때에는 방문의 목적을 숨기기 힘든 경우도 다반사다. 해외 기술 세미나에 참석한다면 정부나 기업 프로젝트와의 연관관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우선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기업의 로고가 들어간 옷을 입지 않는 것이 좋다. 여행사, 호텔 관계자에게는 소속회사, 기관 및 체류 목적 등 출장과 관련된 정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출장 중에는 업무와 관계없는 사람에게 기업의 현안 사항, 회사 내 직책, 경력, 담당업무 등 관련 정보를 언급해선 안 된다.

의도가 불명확한 질문, 또는 추궁하는 듯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무시하고 명확하지 않은 대답으로 일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퓨터ㆍPDA 등 전산장비는 물론 이동식 저장장치(USB메모리 외장형 하드디스크 등)도 늘 휴대하며 호텔 객실에 방치하지 않는다.

기업의 민감한 정보 또는 영업 비밀에 관해 발설해야 할 경우는 기업의 자체 보안 가이드 라인을 준수한다. 비밀 또는 민감한 정보를 전송할 때는 타국의 컴퓨터, 팩스 또는 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산업스파이의 행동 패턴

▲본인 업무와 관련 없는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대해 수시로 질문하는 사람
▲디지털카메라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영상장비를 사무실에 반입하는 사람
▲본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다른 부서 사무실을 빈번히 출입하는 사람
▲연구실ㆍ실험실 등 회사 기밀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임무와 상관없이 접근하는 사람
▲평상시와 다르게 동료와 접촉을 회피하는 등 정서변화가 심한 사람
▲주요 부서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사직을 원하는 사람
▲업무를 빙자해 주요 기밀자료를 복사,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사람
▲주어진 임무와 관련 없는 DB에 자주 접근하는 사람
▲사람이 없을 때 동료 컴퓨터에 무단 접근해 조작하는 사람
▲특별한 이유 없이 일과후나 공휴일에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는 사람
▲기술 습득보다 고위 관리자나 핵심 기술자 등과의 친교에 관심이 높은 연수생
▲주거지에 동료가 방문하는 것을 지나치게 기피하는 연구원
▲연구 활동보다 연구 성과물 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연구원
▲견학을 하면서 지정된 방문 코스 외 다른 시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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