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당한 교원, 정당한 지도였다" 교육감 의견 제출했더니 86.3% '혐의없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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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는 수업시간에 태블릿 PC로 다른 콘텐트를 보고 있는 학생을 제지했다가 학부모에게 경찰 신고를 당했다.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흡연하는 학생을 생활지도한 B교사도 같은 일을 겪었다. 관할 지역 교육감은 “해당 사안은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수사 후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2월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해 강화한 교육활동 보호 후속 조치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고 있는지 점검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교권 보호 5법’ 등이 마련된 바 있다.

우선 교육활동 보호 후속 조치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대응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교원이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때 교육감이 사안을 확인하고 의견을 제출하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지난해 9월 도입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교육감 의견서 385건이 수사기관에 제출됐다. 이 중 281건(73%)은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담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제출하고 수사가 종결된 110건 중 95건(86.3%)이 ‘혐의없음’(불입건·불기소)으로 종결됐다. 3건(2.7%)만 기소됐다. 교육부는 “이 제도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입증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사의 교육 활동 침해에 대한 대응도 강화됐다.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여는 건수는 2021년 2269건에서 2022년 3035건으로, 서이초 사건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5050건으로 급증했다.

‘교원지위법 시행령’이 적용된 3월 28일 이후에는 한 달간 286건의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됐다. 시행령에 따라 피해 교원이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지역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도록 한 결과다.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신고하고, 심리상담·법률 지원 연계 등을 원스톱(통합) 안내하는 교권침해 직통번호(1395)는 지난 3월 개통 후 4월까지 501건의 문의가 접수됐다.

그간 소극적이었던 학생 보호자에 대한 대응 조치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교육활동을 침해한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관할 교육청의 고소‧고발 건수는 2022년 3건에서 2023년 11건으로, 2024년(4월 30일 기준) 8건으로 많아지는 추세다.

교사 67% “교육활동 보호 변화 못 느껴”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이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권 보호 5법의 개정·시행 후에도 ‘교육활동 보호에 대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67.5%로 나타났다. 다만 응답자의 37.7%는 교권 보호 5법 시행 후 악성 민원이 줄었다고 했고, 32.9%는 학생의 교권 침해도 줄었다고 답했다.

고영종 교육부 교원학부모지원관은 “교육활동 보호 후속 조치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결과 몇몇 긍정적인 신호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강화된 제도에 대한 학교 현장의 체감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학교 현장과 소통하면서 추진 현황을 지속해서 점검·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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