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던 중 탕탕탕…70대 시인은 왜 슬로바키아 총리 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총격을 받은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에 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총격을 받은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에 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가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슬로바키아 당국은 친러시아 성향의 정부에 불만을 품고 계획한 암살 시도로 보고 수사 중이다.

CNN·AP통신 등에 따르면 피초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북동쪽으로 180㎞ 떨어진 핸들로바 마을을 찾았다. 이곳 ‘문화의 집’에서 각료 회의를 열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던 중 한 남성이 다가와 총을 쏜 뒤 경찰에 제압됐다. 피초 총리는 총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총격 직후 피초 총리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토마스 타라바 부총리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총리는 5발의 총알 중 3발을 맞았고 이 중 한 발이 복부를 관통했으나 4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총격 직후 경찰에 제압돼 체포되는 용의자 유라즈 신툴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총격 직후 경찰에 제압돼 체포되는 용의자 유라즈 신툴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용의자 유라즈 신툴라(71)는 시집 세 권을 출간한 작가이자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회원이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그는 지난달 대통령 선거 직후 범행을 결심했으며 이 암살 시도는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외신은 신툴라가 8년 전 게시한 동영상에서 “유럽은 (이민과 증오, 극단주의 등) 혼란에 대해 대안이 없다”고 발언했고, ‘폭력 반대 운동’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친러 성향의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피초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를 공략해 승리했다. 그는 2006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스메르)이 승리하자 총리로 선출돼 4년간 재임했고, 2012년 재차 총리가 됐다. 2018년 정부의 부패를 취재한 언론인의 피살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일자 물러났지만, 지난해 권좌에 복귀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지만,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러시아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EU 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끔찍한 폭력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폭력은 유럽 정치권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괴물 같은 범죄”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명의로 피초 총리에게 위로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