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내 음악의 고향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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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8년 연주 인생에서 처음으로 모차르트 음반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뉴스1]

68년 연주 인생에서 처음으로 모차르트 음반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뉴스1]

 “나이가 들면 고향을 다시 찾는다고 하는데, 음악도 비슷하다. 베토벤, 또 현대 음악으로 갔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됐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말한 ‘고향’은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음악이다.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꾸밈이 없다는 점에서 기본과 출발점이 되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이야기했다.

데뷔 68년 피아니스트의 첫 모차르트 음반이다. 물론 그동안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 등 많은 작품을 연주했다. 그는 “27곡의 협주곡 중에 19번 이후의 모든 작품을 연주했다”고 했다. 하지만 녹음은 처음이다. 이번 음반 ‘모차르트:피아노 작품Ⅰ’에는 소나타 두 곡(12번 K.332, 16번 K.545)을 비롯해 환상곡, 론도, 아다지오, 지그, 그리고 프렐류드와 푸가까지 총 7곡을 담았다.

백건우는 그동안 라벨의 모든 피아노 작품, 라흐마니노프의 모든 협주곡,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 등을 녹음했다. 이제 모차르트의 작품을 담아 앞으로 총 3장의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며 이번 음반이 첫 번째다. 백건우는 “모차르트를 언제 처음으로 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항상 (내 곁에) 존재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예를 들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이자 학자인 페루치오 부조니의 경우 처음에는 리스트를 탐구하다가 나중에는 바흐, 그리고 맨 마지막에 모차르트로 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차르트의 자유로움과 순수성을 강조했다. “모차르트는 사생활, 종교, 정치적 입장, 사회적 관계 등 여러 면에서 굉장히 자유분방했다. 또 남이 못 듣는 소리와 음악을 듣는 음악가가 모차르트였다.” 이번 앨범에 형식이 분명한 소나타뿐 아니라 환상곡, 아다지오처럼 틀에서 벗어난 음악을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백건우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앨범에 들어갈 모차르트 음반도 모두 녹음을 마쳤는데 소나타는 통틀어 5곡뿐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이라 하면 소나타(총 18곡)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멈춰버리기 쉬운데 그의 다른 피아노 소리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백건우는 또 모차르트의 음악을 전달하는 연주자가 자기 자신을 강조하지 않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에는 모차르트를 그 스타일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은 그 음악 자체를 전달하려고 한다. 어느 작곡가보다도 모차르트 음악은 연주자가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최고의 연주인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백건우의 이번 모차르트 해석은 주장하기보다 소리를 들으려는 쪽이다. 앨범의 표지는 어린아이들에게 공모해 열 살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골랐다. “어린아이들의 환상이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 그 세계가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백건우는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전국에서 14회 독주회를 연다. 이달 18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시작해 다음 달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거쳐 11월 23일 평택에서 끝나는 여정이다. 백건우는 모차르트 이후의 연주에 대해 “때가 되면 어떤 작곡가를 하게 될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행할 때도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가다 보면 새로운 게 눈에 띄고 느껴진다. 음악도 그렇게 나타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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