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우애' 당부한 유언장에…효성 차남 "납득 어려운 부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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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형제간 우애’를 당부하는 유언을 남겼지만, 형제간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언장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유언장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16일 조 전 부사장은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한바 현재로써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고, 또한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효성 관계자는 “형제간 우애와 유류분 이상을 나눠주라는 아버지 유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를 왜곡시켜서 본인의 형사재판에 활용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은 10여 년동안 고소‧고발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나 동생인 조 부회장보다 늦은 2000년 경영에 참여했다. 2013년 회사를 떠나면서 보유주식(7%)을 모두 팔았고 이때부터 아버지‧형‧동생을 상대로 수십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과 의절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조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 조문객으로 빈소를 방문해 5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조 명예회장이 유언장을 통해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天倫)”이라며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같은 형제간 갈등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은 본인 몫의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 등을 상속하면서 조 전 부사장에게 유류분(직계비속의 경우 상속재산 몫의 50%) 이상을 물려주라고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현재 조 회장이 진행 중인 소송 취하와 법정 상속분 수준의 상속을 원하는 것으로 본다. 조 회장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이 아버지와 본인을 상대로 비상장주식 고가 매입 요구 등을 강요했다며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2022년 불구속기소했고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 전 부사장이 유언장의 상속분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법정 상속분대로라면 어머니인 송광자 여사와 아들 3명이 각각 1.5대 1대 1대 1 비율로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유언대로 상속 재산을 나누는 것보다 법정 상속분을 기준으로 나눌 때 조 전 부사장이 받을 상속재산이 더 많을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 지분 10.14%를 비롯해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등을 보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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