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리첸시아’ 20년 만에 퇴장…중견 건설사 '새 간판' 붐

중앙일보

입력

6월 분양에 나서는 ‘춘천 만천리 2차 공동주택 신축공사’에 신규 브랜드 '아테라'를 적용한 조감도.

6월 분양에 나서는 ‘춘천 만천리 2차 공동주택 신축공사’에 신규 브랜드 '아테라'를 적용한 조감도.

최근 금호건설, HL D&I 한라, 동부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20년 넘게 사용한 아파트 브랜드를 교체하거나 브랜드 리뉴얼에 나서고 있다. 수요자들이 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행보란 분석이다.

금호건설은 최근 신규 주거 브랜드로 ‘아테라’를 공개하고 다음달 분양을 앞둔 ‘고양 장항 아테라’와 ‘청주 테크노폴리스 아테라’부터 새 이름을 사용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로써 기존 브랜드인 리첸시아와 어울림은 20여 년 만에 퇴장하게 됐다. 금호건설은 금호타운, 금호베스트빌로 이어지는 초기 브랜드를 거쳐 리첸시아와 어울림을 각각 2001년, 2003년부터 써왔다. 두 브랜드로 전국에 약 13만7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회사 측은 “아테라는 예술(ART)과 대지(TERRA), 시대(ERA)를 조합한 단어로, 집을 ‘대지 위의 예술’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기존 브랜드를 사용한 지 20년이 흘렀고 주거 트렌드도 변화한 만큼 아파트 명칭을 교체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HL D&I 한라도 지난달 신규 주거 브랜드 ‘에피트(EFETE)’를 내놨다. 1997년 내놓은 ‘비발디’ 브랜드를 27년 만에 교체한 것이다. 브랜드명 '에피트'에는 누구나 선호하는 완벽한 아파트(Everyone’s Favorite, Complete)라는 뜻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L D&I 한라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건설 환경 속에서 내실경영으로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존 브랜드보다 신규 론칭이 낫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HL D&I 한라의 신규 브랜드 '에피트'를 적용한 문주(단지 출입문) 모습.

HL D&I 한라의 신규 브랜드 '에피트'를 적용한 문주(단지 출입문) 모습.

동부건설은 자사 브랜드 ‘센트레빌’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되 BI(Brand Identity) 로고 디자인을 리뉴얼하기 위한 공모전을 진행한다.  회사 측은 “센트레빌은 24년간 사용해왔고 고객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며 “대신 로고를 좀 더 세련되게 바꾸려고 공모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달 ‘하늘채’ 리뉴얼을 문주·동 출입구·조경 등에 반영했고, 반도건설은 새로운 상가브랜드 ‘시간(時間)’을 선보였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중견 건설사들이 브랜드 교체에 나서는 건 그만큼 수주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 사이에선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등에 대한 브랜드 선호가 계속 높아지고, 브랜드가 곧 아파트 가격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중견 업체로선 과거 브랜드로는 점점 경쟁력을 갖기 힘들어졌고, 아예 새로운 브랜드로 차별화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23년에는 일부 상위 건설사들이 회사명에서 ‘건설’을 떼고 ‘에코’ 등을 넣어 신사업 진출을 부각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이앤씨로,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바꾼 게 예다. 하지만 중견업체는 상대적으로 신사업 여력이 적고, 기존 주택사업에서 경쟁력을 계속 높여야 하는 만큼 브랜드 리뉴얼에 박차를 가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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