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 윤상현 ‘보수혁신’...與당권주자 토론회로 세 결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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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왼쪽)이 1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라인 사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왼쪽)이 1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라인 사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윤 의원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윤 의원은 개회사에서 “총선에서 대참패 했는데도 공동묘지의 평화 같은 분위기”라며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하면서 공산당 본부를 폭파하라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도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창조적인 파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4·10총선에서 참패한 직후부터 이날까지 네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그때마다 윤 의원은 “위기인 줄 모르는 게 당의 위기”(4월 18일)라거나 “이익집단이 된 당의 DNA를 바꿔야 한다”(4월 28일)며 당의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도 “‘총선 약체 정부’가 냉정한 자기인식을 못 했다”(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라거나 “종북좌파척결 구호를 내걸면서 중도가 떨어져 나갔다”(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고 꼬집었다. 특히 윤 교수는 “초거대 야당의 폭주로 윤석열 정부의 잔여 임기는 유사 내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의원이 참패의 수습대책을 논의하면서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윤이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며 “‘수도권 혁신대표론’을 통해 자신을 어필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넷째),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첫째), 나경원 당선인(오른쪽 셋째)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뉴스1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넷째),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첫째), 나경원 당선인(오른쪽 셋째)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뉴스1

같은 시각 나경원 당선인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나 당선인이 지난해 만든 사단법인 ‘인구기후내일’이 주최한 행사다. 이 행사엔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유상범·배준영·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나 당선인은 인사말에서 “저출산과 연금개혁에 대해서 다루겠다고 말하니 다른 분들은 여기엔 별 관심이 없고, 몇 분이나 오시는지에 집중하더라”며 “그럼에도 저출산·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선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초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3·8전당대회 직전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자진사퇴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김기현 전 대표를 밀려는 용산과 친윤의 압박으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나 당선인이 사퇴하면서 동정론이 생기지 않았나”며 “저출산 어젠다를 띄우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 기억을 떠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론이 불거진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이 등판하기 전에 최대한 세를 규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 한 한 전 위원장이 아직 공개 행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측면도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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