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금품유혹에 교도행정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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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리적발돼도 “어정쩡문책”되풀이/큰돈 반입에 교도관묵인 의혹/교도관 사기진작·수용시설확충 서둘러야
교도소내에 각종비리가 성행,교도행정이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소 비리의 가장 큰 원인은 박봉에 시달리는 일부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금전유혹에 쉽게 넘어가는데다 교도관들의 철저한 사명감부족·사기저하 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교도소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철저한 수사와 관계자 문책없이 어정쩡하게 문제를 수습하는 관계당국의 태도도 비리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있다.
이밖에도 현재 수용인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효과적인 감시·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주교도소 집단탈옥의 경우 중죄인들이 4개월에 걸쳐 감방 쇠창살을 잘라내고 사다리마저 준비하는데도 이를 사전에 감지못했다는 사실은 교도행정이 얼마나 형식적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탈옥수들이 치밀한 계획속에 탈옥을 준비한 점으로 미뤄 교도관의 협조 개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탈옥수들이 옷가지와 각목·쇠톱등 탈옥에 필요한 물건을 반입한데다 감방에 수갑·돈뭉치등을 숨겨놓을 수 있었다는 점등은 교도관들의 묵인내지 직무유기외에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전주지검은 이번 사건에서 주범 박봉선이 양복지 등 뇌물을 교도관에게 전달했고 박이 담배장사로 돈까지 번 사실여부를 집중 수사중이다.
탈옥수 박등은 대전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교도소내에서 담배장사로 1백만원을 벌었다』고 자랑까지 했었다.
전주지검은 최근 전주교도관 3명을 뇌물수수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했으나 교도소비리가 여전했음이 이번 탈옥사건으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달 3일에도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조직폭력배 「장안파」두목 박기철(34)은 감방안 사물함 주머니에 수표 1백10만원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 돈은 교도관들이 높은 이자로 빌려준 돈임이 드러나 교도관이 구속되기도 했으며 마산교도소 황대열교도(38)등 3명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재소자들에게 담배를 공급해 주고 한갑에 1만∼2만원씩 온라인구좌로 입금받아 모두 3백30만원을 가로채 파면되거나 구속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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