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옷 입은 매니저, 대리출석 지시한 대표…'조직적 은폐'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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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트롯뮤직어워즈 2024'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트롯뮤직어워즈 2024'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서울 강남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후 도주한 사건과 관련해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 등이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며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 사고와 관련해 소속사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다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뒤 경찰에 출석한 인물은 김씨가 아닌 김씨 매니저였다. 김씨 매니저는 10일 새벽 1시 50분쯤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내가 운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자수했다. 당시 김씨 매니저는 사고 당시 김씨가 입었던 옷을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김씨가 경찰에 출석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17시간 뒤인 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쯤이다. 경찰이 사고차량 명의가 김씨인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에게 수차례 출석 요구를 한 이후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운전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때 진행된 음주측정에서는 음주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후 김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사라지고 김씨가 사고 전 유흥주점에 들른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경찰은 김씨 대신 자수했던 매니저와 김씨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소속사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하며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트로트가수 김호중(33)의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SBS 캡처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트로트가수 김호중(33)의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SBS 캡처

회사 대표 “유흥주점 인사차 들렀지만 술은 안 마셨다”

논란이 커지자 김씨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는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인 16일 공식 입장을 내고 매니저의 대리 출석은 자신의 지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고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두려웠다”며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 이 모든 게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제거된 데 대해서는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울러 “김호중은 당일 유흥주점에 나와 함께 있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들렀지만,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호중은 얼마 후 자차로 먼저 귀가했고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다”며 “당시 김호중에게 공황이 심하게 왔고,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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