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새우캐슈넛볶음(腰果虾仁)이 진품명품 요리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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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캐슈너트 볶음

새우 캐슈너트 볶음

새우 캐슈너트 볶음, 한자로 요과하인(腰果蝦仁), 중국어로 야오궈샤런은 중국은 물론 홍콩과 대만,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다수의 외국인도 좋아하는 중국 음식이다. 껍질 깐 부드러운 새우살과 바삭바삭하면서 딱딱하지 않은 캐슈너트를 볶았기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해 인기가 높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이 음식을 진품명품 요리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주관적인 입맛에 토를 달기는 뭣하지만 어쨌든 아무리 맛이 있어도 그렇다고 진품(珍品)에 더해 명품(名品)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중국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새우 캐슈너트 볶음을 광둥 요리라고 말한다. 쉽게 볼 수 있는 껍질 깐 새우와 견과류인 캐슈너트를 약간의 채소와 함께 볶았을 뿐인데 특정 지역 음식 운운하며 강조하는 것도 낯설고 대부분 외국인은 중국요리 계보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니 광둥 요리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여기에는나름대로 주의 깊게 볼 부분도 있다.

일단 새우 캐슈너트 볶음을 광둥 요리라고 하는 까닭은 식재료 때문이다. 새우와 캐슈너트는 옛날에는 모두 주로 광동성 일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였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바다 새우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이지만 중국은 달랐다.

특히 과거 중국 왕조의 수도였던 장안, 지금의 서안이나 낙양은 물론 북경 역시 옛날 기준으로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런 만큼 중국에서는 바다 새우를 쉽게 먹지 못했다. 문헌에 새우요리가 보이는 것도 6세기 무렵인 북위 때의 『제민요술』이다. 북위는 지금의 산동성 일대에 있었던 나라였음에도 그렇다. 이후 새우요리와 관련된 기록이 보이는 것이 당나라 무렵이다. 중국의 영남지방, 그러니까 지금의 광동과광서 지역 물산을 기록한 『영표록이(嶺表錄異)』에 남인(南人)들은 새우를 잡아 작은 것들을 식초에 절여 먹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면서 이런 새우를 별미로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광동성 일대인 영남 지방은 당나라 당시만 해도 아직 중원의 세력이 미치지도 못했고 교통도 원활치 못했던 이역 땅으로 남월(南越)이라고 부르던 땅이다. 바다 새우는 이렇듯 수도인 장안에서는 이역만리 떨어진 바닷가의 해산물이었으니 웬만하면 먹기 힘들었을 것이고 새우 관련 기록이 드문드문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희위귀(物稀爲貴)라는 말이 있다. 자고로 사물은 드물면 귀하다는 뜻이다. 쉽게 맛볼 수 없었으니 새우가 들어간 음식을 귀하게 생각했고 그렇기에 명나라 때 『본초강목』에도 새우요리를 진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옛날 중국에서는 새우에 대해 환상까지 품었다. 펄쩍펄쩍 힘차게 뛰는 새우에 생명력이 넘친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본초강목에서는 먹으면 정기가 더해져(益精氣) 정력에 좋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별별 스토리를 다 만들어냈다. 예컨대 기원전 2세기의 한무제는 후궁만 1만여명을 거느렸는데 그 정력의 비결이 새우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후한의 역사학자 반고가한무제와 관련해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썼다고 전해지는 『한무제내전』에는 곤륜산에 사는 선녀 서왕모가 한무제를 위해 다양한 선약(仙藥)을 만들어줬다고 나온다. 세상에서는 여기에 이야기를 더해 그중에는 특별히 새우 기름으로 만든 약이 있었으니 한무제 정력의 비결은 바로 그 약에 있다는 속설까지 만들어냈다. 새우가 그만큼 맛보기 쉽지 않은 해산물이었기에 품었던 환상일 것이다.

요과(腰果)라고 하는 캐슈너트도 옛날 중국에서는 꽤 진귀한 견과였다. 브라질 북부가 원산지인 캐슈너트는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이 아프리카와 인도 등지에 퍼트렸는데 당시 포르투갈이 차지해 포모사라고 불렀던 대만에도 캐슈너트 묘목을 옮겨 심었다. 이후 광동성에 전해지면서 캐슈너트이 요리에 사용됐는데 새우 캐슈너트 볶음도 그중 하나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견과를 단순히 건강에 좋은 것 이상의 특별한 열매로 여겼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설날이나 대보름, 중국의 춘절 등 명절에 견과를 먹는 것도 그 속에 환타지가 있기 때문인데 견과류를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믿었고 심지어 나쁜 귀신도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본초강목에 잣은 장기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면서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했고 호두에는 신성한 기원이 있어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으며 땅콩은 장수열매라는 뜻에서 장생과(長生果)라고 불렀다.

뒤늦게 전해진 견과인 캐슈너트, 요과(腰果) 역시 이런 믿음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캐슈너트이 전통적인 정력의 상징, 새우와 합쳐졌으니 새우 캐슈너트 볶음이 진품명품의 요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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