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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26) 감꽃 목걸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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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감꽃 목걸이
- 그리움
김연동(1948~ )

시든 감꽃 목걸이 담 위에
걸어놓고
탱자꽃이 시린 오월 해맑은
하늘 길로
뉘 모를 물안개 속을
돛단배 가듯 간 이
-바다와 신발(태학사)

삶은 아름답다

누구였을까? 탱자꽃이 시린 오월에 시든 감꽃 목걸이를 담 위에 걸어놓고 해맑은 하늘 길로 돛단배 가듯 간 이는······. 이 시조에 탱자꽃이 등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탱자나무의 꽃말이 추억이기 때문이다. 감꽃 목걸이에 얽힌 추억을 결 곱게 그려내었다. 어쩌면 그가 떠난 길은 다시는 못 돌아올 길임을 독자에게 암시한다.

경남 하동 출생인 김연동 시인은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한때 통영 욕지도에서 근무하면서 그곳을 소재로 한 시조를 많이 썼다. 그 가운데 한 편을 소개한다.

어제는 물안개에 꽃향기에 취했더니/아침햇살 빗질하는 새소리에 문을 연다/빈집도 파도에 닳아 맑은 악기 되느니 - ‘욕지’

청정 해역 욕지도의 맑은 아침, 빈집도 파도에 닳아 맑은 악기가 된다는 표현이 사뭇 싱그럽다. 계절의 여왕 푸른 5월에 읽는 바다 시가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