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원년」의 난맥상(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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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는 정부의 환경정책이 보존과 파괴라는 상반되는 모순과 파행의 난맥상을 보인 반면 국민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의사표시는 크게 강화된 한 해였다.
새해 첫날부터 보사부 외청에서 독립부서로 승격된 환경처는 첫 사업으로 올해를 「환경원년」으로 선포하고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짐했다.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던 환경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환경 정책기본법 등 6개법안을 공포했고,수도권과 중부권 주민들의 상수도 수질을 높이기 위해 팔당호와 대청호주변을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했고 또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청정 연료인 LNG사용을 확대하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도록 하는 「맑은 공기보전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누어 광역쓰레기 매립장을 만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공약으로 시작된 환경원년은 그 구호가 무색할 만큼 성과가 없었다. 팔당호를 비롯한 전국의 상수원이 2급수 이하로 수질이 악화됐고 대기중의 유해가스 농도는 심각의 도를 더해 갈 뿐이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상수도의 수질을 둘러싼 관계부처간 이견은 정부발표 공해수치 자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켰다.
기존 쓰레기매립장의 포화상태에도 불구하고 광역쓰레기장은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 국회는 내년도 환경처 예산을 올해보다 5%나 깎아버렸다.
환경조건의 개선은 커녕 묵인 또는 업자와의 야합으로 정부가 환경파괴에 앞장서는 경우도 많았던 한해였다.
그린벨트와 자연녹지에 세워진 호화별장과 호화요식업소는 물론,수십년된 수림을 깔아뭉개며 들어서고 있는 수많은 골프장,상수원 바로 가까이에 허가했던 골재채취 등은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대표적인 환경파괴 사례들이었다.
이같은 무모와 몰인식과는 정반대로 국민의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은 높아져 집단행동으로까지 나타났다. 산업쓰레기장 설치에 반대하는 부산시 반송동 주민들의 국도점거 시위와 TDI공장 가동을 반대하고 있는 군산시민들의 서명운동,핵폐기물 저장시설 설치에 대항한 안면도 주민들의 폭동 등은 환경보전을 둘러싼 배타적 집단 이기주의라는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한 사건들이었다.
자연의 개발·이용과 인간의 생존환경보호를 위한 자연보전은 분명 상충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상충을 조화로 유도하도록 정부의 시책이 균형과 형평을 유지하고 국민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이 절실하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기초적인 생존환경을 파괴하면서 개발과 성장에만 치중하는것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선진국들은 이미 인식하고 환경의 보전과 복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을 우리도 외면해서는 안될 시점에 와있다.
물론 환경이 한 두해에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보다 철저한 환경보전 의지를 가지고 적어도 지금이상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고,이를 바탕으로 개발을 절제하고 강력한 행정력과 과감한 투자로 환경복원에 힘써야 한다. 기업과 국민도 자발적으로 이에 참여하여 공해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범국민 차원에서 펼쳐야 한다. 풍요와 편의만에 탐닉하다가 생존자체가 위협받는 어리석음을 더이상 계속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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