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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KF-21 기술 유출 규명 전 “돈 다 못 내겠다” 인니 제안 받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기밀 유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개발 분담금을 덜 내고 기술도 덜 받겠다”는 인도네시아 측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했다. 분담금 삭감과 기술 유출 시도는 별개 문제라면서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방위사업청

“부족 재원 확보 가능, 기술 이전 덜해도…손해 아니다”

방위사업청은 8일 "인도네시아가 KF-21 체계개발 종료 시점인 2026년까지 6000억원을 내는 것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고, 제안대로 조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조정된 분담금 규모에 맞춰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이전 가치 규모도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사청은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방사청에 따르면 당초 인도네시아는 2026년까지 전체 개발 비용 중 20%에 해당하는 1조 6000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4000억원만 냈고, 2000억원만 더 내겠다고 최근 제안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 방위사업청

인도네시아 측의 책임 미이행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유에 대해 노지만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체계개발 시기와 전력화 임박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미납과 의사 결정 지연이 지속되면 KF-21 전력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담금을 더 받겠다고 시간을 끄느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전력화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의 비용 절감 노력, 인니 분담금 깎는 데 활용…배임 논란도

방사청은 인도네시아가 당초 약속보다 1조원을 덜 내기로 했지만, 실제 공백 비용은 5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져 전체 개발비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8조1000억원→7조6000억원) 방사청 관계자는 “부족 재원은 정부와 업체의 노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연구진의 노력으로 이뤄낸 비용 절감의 혜택을 인도네시아가 보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측에서 재정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배임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고민했지만, 개발 사업은 책임과 리스크를 다 안고 가야지, 리스크를 배제하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말했다.

인니 기밀 유출 수사 중인데 “새어나간 기술 제한적일 것”

‘기술을 덜 주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인도네시아가 KF-21의 핵심 기술을 이미 빼돌렸다면 이제 와서 이전받는 기술의 규모가 줄이는 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실제 경찰은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지난 1월 비인가 USB 여러 개를 지니고 있다가 적발된 사건을 놓고 기술 유출 사건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시스템적으로 이메일 등이 통제돼 (빠져나간 내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직 경찰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유출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정부 쪽에서 먼저 이런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시 적발된 USB에는 무단 촬영한 설계도면과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보고서 등 6600건의 자료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은 국산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1호기가 2023년 1월 17일 첫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보라매'(KF-21) 시제 1호기의 비행 모습.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국산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1호기가 2023년 1월 17일 첫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보라매'(KF-21) 시제 1호기의 비행 모습.방위사업청

방사청의 해명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술진은 철저한 보안 때문에 기술 자체를 빼내지는 못했고, 자체 학습으로 이같이 방대한 자료를 축적·보관해왔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는 이들의 기술 습득 수준이 그만큼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F-21의 핵심 자료인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 ‘카티아’ 유출 의혹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분담금 이슈는 길게는 6년 전, 짧게는 2년 전부터 협의해온 건”이라며 “올해 발생한 USB (유출) 건과 연결 짓는 건 너무 붙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출 사건이 적발된 게 최근일 뿐 문제 행위 자체는 장기간 계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으로 보인다.

KF-21 손해 어쩔 수 없지만 아세안 맹주국 관계 고려  

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 인도네시아가 받게 될 불이익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방사청은 미래의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방사청은 이날 기자단에 배포한 자료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인도네시아는 방산·경제 주요 협력국”이라며 “인도네시아에 KT-1, T-50, 잠수함 등을 수출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아세안(ASEAN)의 맹주 국가로서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선택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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