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준비 한달… 눈치 못챘나/드러난 교도행정의 “구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당직 제대로 섰더라면 불가능/쇠톱 반입등 내부협조 가능성
전주교도소 살인 무기수등 기결수 집단 탈옥사건은 올들어 뇌물수수등으로 교도관 3명이 구속된데 뒤이은 것으로 교도행정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2중 3중의 높은 담벽과 철창으로 둘러싸여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교도소내 감방에서 쇠창살을 자르고 한명도 아닌 세명이 한꺼번에 탈출한다는 것은 당직 근무자들이 제대로 근무만 했다면 사전에 발견,예방할 수 있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다.
이 때문에 탈옥수들이 1개월여에 걸쳐 두께 2㎝의 감방 쇠창살을 자르고 감방내 선반을 뜯어 탈출용 사다리를 만드는등 탈옥준비를 은밀히 진행했는데도 교도관들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감방밖에는 경비 교도대의 경비가 있었는데도 꼭대기에 철조망까지 쳐있는 높이 4.5m의 높은 담을 유유히 넘어 달아난 것은 경비가 얼마나 형식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검·경 수사반은 이번 탈주범의 주범 박봉선이 2개월전 다른 재소자에게 탈출하면 승용차를 탈취,완주 대둔산 방면으로 달아나겠다며 자신의 탈주계획과 도주로를 털어놓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이 그동안 교도소내와 밖에서 탈옥협조자들을 확보하느라 상당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들이 쇠창살을 절단하는데 사용한 쇠톱과 선반을 뜯어내 사다리를 만드는데 사용한 망치·못 등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내부협조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관들이 이번 사건과 직접 연루됐다는 혐의점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나 재소자들로부터 금품등을 받아 약점이 잡힌 교도관들이 이들 기결수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도소내에서는 흉악범과 조직폭력배들이 재소자들을 장악,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제공을 강요하는가 하면 약점을 잡힌 교도관들 역시 이들의 힘에 눌려 올바른 교도행정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탈옥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주지검 수사관계자는 감방 쇠창살을 쇠톱으로 잘라내는데 마찰음이 없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며 최소한 교도소 내부의 묵인이나 방관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소년범 김모군(17)이 소년범 감방이 모자라 살인범인 박·신 등과 함께 수용됐다가 이들의 꾐에 빠져 형기만료를 3개월 가량 앞두고 탈옥한 것도 감방배치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주교도소는 수용정원 1천6백명이나 현재 1천7백81명을 수용,포화상태를 이루고 있으며 경비교도대의 감시용 서치라이트와 외벽·조명 등도 에너지절약을 이유로 필요한 때만 사용하고 있어 이번 사건발생의 간접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전주=현석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