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서두르는 신종서비스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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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은행들이 서비스개선을 통한 손님 끌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기관의 경쟁은 금리경쟁이 가장 본질적인 것이지만 금리가 당국의「지도」에 묶여있는 상태여서 우선 고객의 발길을 은행에 잡아 두기 위한 신종서비스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투어 설치하고 있는 무인자동화코너, 레이디점포, 전화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
야간에도 현금인출이 가능한 무인자동화코너는 11월초 상업은행과 미국계 시티은행이 처음 도입한 이후 각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설치, 현재 7개 은행이 무인점포를 운영중이다.
3백65일, 24시간 영업을 지향하고 있는 무인점포는 은행업무의 전산화와 금융시장개방에 따른 경쟁촉진으로 현재 38개 점포에서 내년에는 최소 1백여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인코너의 설치는 은행의 경쟁력 강화 및 인건비 절약을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할 업무이지만 구태여 은행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서하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대학입학원서 판매·주택분양 당첨 확인 전화서비스 등이 손님을 끌기 위한 이색서비스들이다.
상업은행과 조흥은행은 지난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지방수험생을 위해 서울소재 전기대학의 입학원서를 지방점포에서 원서대만 받고 판매한데 이어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후기대학의 원서도 판매한다.
또 주택은행은 지난 1일부터 신도시 민영아파트 청약신청을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도 예비접수를 받고 있다.
주택은행은 이어 한국전기통신공사의 협조를 얻어 지난 19일부터 발표되는 신도시아파트 당첨자 발표내용을 전화 한 통으로 알아볼 수 있는 당첨확인 전화서비스제도를 시행중이다.
가정경제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광주은행이 지난 7월 광주상의출장소를 여성들로만 구성된 레이디점포를 처음 개설한데 이어 외환은행이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동 현대아파트 출장소를 여성전담점포로 설치했다.
외환은행측은『아파트 단지 내 점포이기 때문에 주부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특별화 할 필요가 있는데다 여직원들이 남자직원과 동등한 업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레이디점포의 설치동기를 밝혔다.
광주은행과 외환은행은 성과를 보아가며 다른 지역에도 레이디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의 이같은 서비스는 국제금융업무에도 확대돼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 1월부터 24시간 외환거래체제를 갖추고 런던·뉴욕의 금융시장과 시간대를 맞춰 24시간 외환 딜링 업무를 해왔는데 지난 12일부터 은행의 자체거래 뿐만 아니라 고객의 주문거래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고객이 미리 주문한 환율을 받아뒀다가 야간에 국제금융시장의 시세를 봐가며 값이 좋을 때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밖에도 대여금고·부동산중개센터·타행환 등 기존의 서비스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내년에 금융산업개편에 따라 신설은행이 늘어나면 서비스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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