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하산 본격 협의/노대통령 “연내” 희망 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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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씨는 “알았다,논의해 보겠다”/백담사측근 내년초 건의/청와대 내일쯤 특사 보내
노태우 대통령이 24일 낮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오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내 하산과 연희동 사저로의 귀환애 대한 강력한 희망을 피력함에 따라 전씨의 하산에 따른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중이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뜻을 전씨의 법률고문인 이양우 변호사에게 전달했으며 이 변호사는 24일 밤 백담사 측근들의 의견을 종합해 25일 오전 백담사를 방문,전씨에게 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전씨는 이에 대해 『알았다』고만 말하고 『청와대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변호사가 전했다.
전씨와 약 1시간 동안 협의를 마치고 내려온 이 변호사는 서울로 떠나기 앞서 『26일 김영일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백담사를 다시 방문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노 대통령의 뜻이 공식 전달된 후 하산시기와 절차를 전 전 대통령이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씨의 하산시기에 대한 결정이 금명간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데 청와대측은 백담사측의 반응을 보아 26일께 김영일 민정수석 비서관을 하산권유 특사로 백담사에 보내 하산시기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김영일 수석비서관은 『이 변호사가 서울로 돌아오면 전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받고 곧 백담사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전 전 대통령에게 가능하면 연내 하산을 희망한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노 대통령의 24일 발언은 전직 대통령이 2년이 넘도록 산사에서 은둔생활을 해서야 되겠느냐는 순수한 뜻에서 나온 것』이라며 『백담사측과 사전에 협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측은 이와는 별도로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위원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의사를 전했으며 권씨는 24일 백담사를 방문해 전씨에게 노 대통령의 의사와 주변상황 등을 전했다.
청와대측은 전씨의 연내 하산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나 전씨 측근들은 내년초께 하산하도록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전씨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편 안현태 전 경호실장·이 변호사·김병훈 전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민정기 비서관 등 백담사 측근들은 24일 저녁의 안 전 경호실장 생일모임에서 일단 노 대통령의 희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내년 1월18일 전씨의 회갑연을 예정대로 백담사에서 치르는 것으로 준비하기로 일단 결정했으나 연초께 연희동으로 돌아가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담사 측근들은 허문도 전 통일원 장관이 25일 낮 백담사에 도착한 것을 비롯해 25∼26일중으로 백담사에 긴급 집결해 하산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24일 전 전 대통령의 백담사 은둔과 관련,『전직 대통령이 백담사에서 2년여 기간 사실상의 유폐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사실 자체가 우리 정치사의 커다란 비극이라 생각한다』고 전제,『전직 대통령이 끝없이 유폐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으며 자연인으로 복귀하는 것이 나라의 장래를 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국가에 헌납키로 약속한 재산 중 현금 1백39억원을 제외한 연희동 사저 등 기타 재산은 아직 국고 귀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지난 88년 11월23일 백담사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재산내용은 1백39억원 정치자금 이외에 ▲연희동집한 채(대지 3백85평,건평 1백16.9평) ▲바깥채(대지 94평,건평 78평) ▲서초동 땅(2백명) ▲용평의 콘도(34평) ▲골프회원권 두 개 ▲금융자산은 재산등록제도가 처음 실시된 83년 총무처에 등록한 19억여 원 및 증식이자를 포함해 23억원이다.
전씨는 당시 『이 모두를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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