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르드나제 소 외무사임 배경/소 노보스티통신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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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수파 쿠데타 가능성 경고/고르비에까지 미친 위험 감지/개혁파 결속촉구 의미도 있어
【모스크바 노보스티=연합】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의 사임은 소련 현외교정책에 대해 강경파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소련 관영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다음은 노보스티통신의 분석기사다.
소련이 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미국과 지나치게 밀착하고 있고 너무 쉽게 동유럽 주둔군을 철수시켰으며 동독을 외상으로 팔아 넘겼다는 주장이 비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보수파의 대외정책 비난은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요구는 국내정책의 재검토라는 점이 개혁파 내무장관 바딤 바카딘과 페레스트로이카의 이념담당자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의 제거에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위험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을 감지한 셰바르드나제는 사임이라는 극적 조치를 통해 보수파 쿠데타의 가능성을 경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인민대의원대회에서 밝힌 현 사태에 관한 그의 암시는 개혁파들을 놀라게 했지만 쿠데타설이나 반페레스트로이카 세력의 침투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11월초 모스크바 교외의 군사 이동움직임이 보도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당시 군부는 부대이동이 감자수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으며 야조프 국방장관과 클류츠코프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도 고르바초프에 대한 군부와 보안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천명,군부의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은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인민대의원대회 첫날부터 보수파는 공격을 강화,고르바초프의 사임안 표결을 촉구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실패했지만 토지를 비롯한 사유재산 문제가 의제로 등장하면서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나타났다.
보수파는 사유재산의 합법화는 「자본주의의 회귀」와 공산당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아직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당이 막후에서 대의원을 조종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게 했다.
보수파가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인사들과 고르바초프의 화해로 이들의 화해조짐은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의 고르바초프 지지연설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셰바르드나제의 사임은 군사 쿠데타의 그림자가 소련에 어른거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가,아니면 최근 수개월간 내분으로 정치적 결속력이 약화된 진보파에게 경고하기 위한 제스처인가.
고르바초프 대의원들에게 「군사평의회」가 권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는 입수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셰바르드나제의 사임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닥치고 있는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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