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창'… 동생은 '방패' "우리는 무역전선의 선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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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30일 무역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과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나란히 받는 형제가 있다. 김준성(39.사진(上)) 삼성물산 런던지사 과장과 김창훈(37.(下)) 정동회계법인 이사 형제다.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기도 한 이들 형제는 각각 수출 시장 개척과 무역 분쟁 해결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한 공로로 주 영국 대사관과 무역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표창을 받게됐다.

김 과장은 고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94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정보통신 제품 수출을 맡아 온 정통 '상사맨'이다. 2004년 말 런던 주재원으로 파견된 그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유럽 시장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정보와 자금, 마케팅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들 제품에 종합상사의 시장 조사 능력과 네트워크, 판매 경험을 접목하면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개발한 모델이 '마케팅 서비스 모델'이다.

이 모델은 중소 LCD TV업체인 DM테크놀로지에 적용돼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의 영국 내 판매는 2004년 3만대에서 올해 12만대로 늘어났다. 특히 DVD 플레이어가 내장된 17인치급 콤보 LCD TV 시장에선 6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 과장은 "제품 경쟁력이 뛰어난 국산 학용품이나 장난감, 농산물 분야에 이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생인 김 이사의 역할은 형과 같은 상사맨들이 세계시장에서 안심하고 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다. 고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회계사가 된 98년부터 외국업체들의 덤핑으로 피해를 본 국내 중소기업을 대신해 반덤핑 제소를 하거나, 외국에서 피소당한 국내기업들을 보호하는 일을 해왔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면 외국업체들이 갑자기 가격을 떨어뜨려 고사 작전을 펴는 '약탈적 덤핑'을 막는 데 주력해왔다. 2004년 일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PVC 플레이트, 염화콜린, 타일 등이 이같은 사례다. 그는 "야전에서 고생하는 형에 비하면 후방에서 일하는 나는 별로 하는 게 없다"고 겸손해했다.

이들 형제는 국익을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외국 기업의 덤핑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김 이사가 형에게 현지 제품 가격 등을 파악해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들 형제는 "런던과 서울에서 각자 바쁘게 살다보니 얼굴 보기 힘들지만 무역 강국을 위해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나현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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