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반응 "5·16 = 혁명은 지나친 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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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교과서는 민주화의 가치를 존중한다. 이에 반해 교과서포럼의 시안은 산업화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사관의 차이다.

금성출판사판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김태웅(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5.16의 형식은 쿠데타였지만 그 이후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교과서포럼 측은 산업혁명의 시발점처럼 본 것 같다"며 "교과서포럼이 자신의 사관에 따라 내놓은 일종의 '대안 교과서'에 대해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순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관의 차이와 학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그는 "역사 교과서를 놓고 우리처럼 보수와 진보로 편갈려 다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역사를 정치 도구화하는 어른들 싸움에 애꿎게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중석(성균관대.한국사) 교수는 "아직 시안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언급하기 힘들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 "시장에서의 판단을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 많은 이가 교과서포럼이 내놓은 '대안 교과서'를 선호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16 혁명'이라는 표현은 지나친 미화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홍구(성공회대.한국사) 교수는 "5.16, 유신, 5.18 등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발전 공은 인정한다 해도 쿠데타 그 자체까지 미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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