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규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모양이다. 당초 내년 2월까지 결론을 내기로 미뤄둔 사안인데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분양가 대책을 서두르면서 여기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분양가 규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아파트 원가 공개를 확대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분양가를 규제하면 전체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그릇된 발상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가 가세하면서 분양가 규제가 흡사 지고지선의 부동산 대책인 양 부풀려지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는 의도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시장만 왜곡하는 반시장적 규제에 불과하다.
우리는 분양가 규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청약 과열을 부추기고 투기를 조장하며, 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을 누차 지적했다. 아파트 원가 공개를 건설회사에 강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기업적.반시장적일 뿐만 아니라 아파트 공급 축소와 질 저하의 지름길이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억누름으로써 로또식 청약 과열과 투기 수요를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면 집값은 결국 다시 오르게 돼 있다. 전체 주택의 3% 안팎에 불과한 신규 분양 아파트값을 억지로 낮추면 나머지 97%의 기존 주택값이 떨어질 것이란 비뚤어진 발상으로는 결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공공부문에서 영세 서민을 위해 짓는 아파트는 얼마든지 분양가를 공개하고 시가보다 싼값에 공급한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민간이 지어 공급하는 중대형.고급 아파트값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할 문제다. 1998년 민영 아파트의 분양가를 자율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섣부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서 비롯된 여당의 분양가 규제 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시장원리에 따른 주택공급정책을 펴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길만이 주택시장의 왜곡을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