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페만 분담금」 증액 움직임/내년 통상이어 또 하나의 현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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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늘어나는 경비 우방 떠넘길 속셈/3%밖에 못낸 한국도 표적될 듯
페르시아만사태 장기화에 따라 경비부담이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늘어나자 미 의회가 한국·일본·독일 등 우방과 페르시아만 인접국들에 추가 경비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 의회가 현재는 휴회중이어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몇몇 의원을 중심으로 이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내년초 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가 통상문제와 함께 가장 큰 현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내년초 다시한번 한국등 우방들에 추가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와 민주당의 슘메 의원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갖고 우방들이 페르시아만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행정부가 재정면에서나 군사면에서 우방의 지원을 더 얻어내지 못한다면 미 의회도 사우디 주둔 경비지출안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의 불만은 우방들의 지원액이 규모면에서도 너무 적을뿐 아니라 그나마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약속한 액수도 제때 전달치 않는데 집중돼 있다.
또 미 행정부는 내년도 페르시아만 군사경비를 약 3백68억5천만달러로 추산하고 이중 71%는 미국이 부담하고 29%는 우방으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럴 경우 미국만 과도한 짐을 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게파트 의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유가 인상덕분에 금년에 4백30억달러를 벌어들였는데 분담금은 겨우 40억달러만 책정했으며 일본은 원유의 64%를 페르시아만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분담금은 5%에 해당하는 20억달러만 약속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금년에 약속한 금액을 내놓는데도 너무 소극적인 점을 이들은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으면서 『한국은 1억2천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하고 겨우 3%에 해당하는 4백만달러만 집행했다』고 밝혔다.
금년도 약속분에 대한 집행률을 보면 일본이 21%,독일이 34%로 모두 저조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방의 지원 열의가 이렇게 미미할 경우 내년도 예상경비 3백60억달러를 미국 혼자 부담할지도 모르며 협조가 제대로 된다해도 미국 단독으로 최소한 2백억달러는 부담해야 한다는 걱정을 안고 있는 것이다.
즉 이미 3천2백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다시 재정적자를 늘리거나,추가세금을 걷거나,국방예산의 전용이라는 세가지 길 중 선택을 해야할 입장인 것이다.
미 하원 군사위의 슐로이더 의원(민주)은 『우방의 방위를 위해 미국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부시가 말하는 신 국제질서냐』면서 『더이상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맡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할때』라고 촉구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무력을 사용하는 문제나 내년도 주둔경비를 확보해야 하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의회의 이같은 불만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지금 간신히 연대를 유지해 가는 우방들에 또다시 분담금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진퇴양난의 입장에 빠져있다.
특히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미 약속한 액수의 3%밖에 내지 않았다는 점이 의회나 행정부에 부각되어 있어 이들 불만의 목표가 될 우려가 높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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