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전략(지자제열풍: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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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실상 중간평가” 전력투구/압승 노려 공천방식 이견 “봉합”/대권얽혀 계파간 신경전 치열
지난 61년 5·16군사쿠데타로 중단되고 10월 유신으로 「통일될 때까지」 무한정 유보됐던 지자제가 이제 정기국회에서 선거법이 통과됨으로써 30년 만에 부활되게 됐다.
내년 3월말로 예상되는 지방의회선거는 결과에 따라서는 기존 정치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1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민자당은 3당통합의 정당성 확보와 정권재창출의 힘을 얻는 도약대로,평민당은 지역한계 극복으로 집권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민주당과 민중당은 지지세력의 가시화를 통한 세력확대의 장으로 각각 인식,총력전을 펼칠 조짐이다.
민자당은 이번 지자제선거가 노태우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고 14대 총선과 차기 대권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서울시·직할시·도 등 광역의회의 경우 8백66석 중 60%인 5백20명 이상을 당선시킨다는 압승전략을 꾀하고 있다. 특히 비호남 지역에서는 70∼80%를 당선시켜 평민당을 「호남당」으로 부각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민자당은 이에 따라 18일 당무위원 10명으로 구성된 지자제소위(위원장 정순덕 사무총장)를 열어 논란을 빚었던 광역의회 후보공천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하고 19일 당무위에서 이를 추인,당을 지자제선거체제로 전환키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자제가 풀뿌리 민주주의니 만큼 공천은 지구당위원장 책임 아래 10명으로 구성되는 추천위원회에서 선거구당 1명을 추천하고,중앙당은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거부권만 갖기로 했다.
18일 오전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친민자당계 인물이 대체로 자유업·서비스업과 중산지식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의식,가능한 한 정치권에 발들여 놓지 않은 변호사·교수 등 참신한 인물을 발굴하고 평민당의 여성표 공략작전에 대비,여성후보를 대량 공천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이로써 공천방식을 둘러싸고 3계파간에 미묘하게 갈등을 일으켰던 잡음은 서둘러 봉합된 셈이다.
김영삼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 주류와 정순덕 사무총장·김동주 부총장 등은 지난 11일 시·도 지부위원장회의와 12일 당무회의에서 『지구당의 복수추천을 받아 중앙당이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는 안을 제시했으나 민정·공화계에서는 『김 대표의 영향력 강화 의도』라고 반발했고 민주계 비주류측도 철저한 지구당 책임주의를 주장,반대하고 나서 말썽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민주계가 일단 후퇴한 것.
민자당은 이미 선거구별로 예상출마자에 대한 시·도 지부 보고를 토대로 기초점검을 끝냈으며 이달말까지 지구당위원장 책임하에 출마자 압축작업을 대강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1월중 공천작업 완료,2월 임시국회에서 보안법·안기부법 개정 등 민주화 입법으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지역개발정책 등을 입체화해 3월 선거전에 돌입해서는 중앙당 차원의 자금지원과 세 최고위원들의 지방유세로 기세를 올린다는 3단계 전략도 세웠다.
영남·충청·강원 지역에서는 압승,서울과 경기·인천지역에서는 득승하고 호남에서는 지역유력인사를 공천하고 친여권 무소속후보를 간접지원,당선 후 입당시키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민자당은 특히 서울에서 대승을 거두자는 생각이었으나 최근 들어 기초의회 선거구조정이 잘못돼 크게 당황하고 있다.
여야합의로 만들어진 지자제 관계법이 통과되던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결선포 의사봉을 내리치던 박준규 국회의장에게 김윤환 총무가 『이의 있다』고 소리쳤던 것도 현실적으로 서울 등 대도시의 상당수 기초의회(구의회)에서 중선거구제가 실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뒤늦게 알아챈 때문이다.
「기초단체의원의 선거구는 읍·면·동으로 하되 인구 2만명 초과시에는 2만명마다 1명씩 추가」한다는 규정에 따라 서울시의 경우 전체 동의 3분의2 이상이 2명 이상의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 선거가 실시되게 되며 이 경우 자칫하면 평민당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구의회에 다수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초의회가 평민당계에 점령당할 경우 광역의회가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평민당측이 사실상 서울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측은 긴급대책회의 결과 ▲인구 2만명이 넘는 서울시내 동을 분동하거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선거를 3∼5일 간격을 두고 분리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지자제선거를 민주계는 대권후보권 확보의 기회로 인식,김 대표가 직접 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민정계에서는 양김 정치의 지역한계성을 부각시켜 세대교체론을 접목시키는 한편 내각제개헌을 다시 거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민주계는 지나치게 압승하면 평민당 전열이 흔들릴지 모른다고 보고 적당하게 이기자는 생각인 데 반해 민정계는 압승해야 한다는 생각.
거기에 새로운 정치를 내거는 이종찬 의원 등은 『종로구에서의 광역의회 후보를 경선으로 뽑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지자제에서 새 바람으로 기성정치권을 흔드는 시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광역의회 의원은 전당대회 대의원이 될 뿐 아니라 대의원 추천권까지 갖게 돼 대권후보 경선에 대비한 계파간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은 채 신경전만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김두우 기자>PN 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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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취재일기
GI 문일현
TI 해도 너무 한 「난장판 국회」/문일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TX 금년도 정기국회가 막을 내린 18일 저녁 국회의사당은 한마디로 목불인견의 난장판이었다.
추곡수매동의안 등 굵직굵직한 민생사를 어떻게든 통과시키겠다고 갖은 수를 쓰는 여당도 그렇고 이를 막겠다며 단상으로 뛰어올라가 의장의 의자를 쓰러뜨리고 이를 저지하는 국회의원의 멱살을 잡아 손찌검을 하는 광경이나 낯뜨거운 욕설을 주고 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란 이곳이 과연 국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의 사태는 평민당의 지연전술에서 발단됐다.
예산내용을 조정한다고 오후 7시에나 열린 국회 본회의는 예산안 통과 때까지는 그런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11번째의 예산안 통과 후에는 사태가 일변했다. 평민당 의원들은 안건마다 반대토론에 나서 30분씩 연설을 하니 6개 안건을 처리하고 나자 오후 11시가 훨씬 넘었다. 정기국회 폐회마감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고 이렇게 되면 추곡동의안을 포함한 19개 안건은 처리 못 할 게 뻔했다.
이때 박준규 의장이 갑자기 추곡동의안 등 나머지 안건을 일괄상정한다고 하고 의안찬반 토론과정을 생략한 채 구두로 찬반을 묻고는 민자당 의원들의 이의없다는 합창 속에 단 1분 만에 처리했다. 평민당 의원들은 단상으로 달려가고 민자당 의원들은 이들을 막고… 욕설·고함·몸싸움… 예의 그 추태가 재현되고만 것이다.
물론 우리 국회의 이러한 모습은 비단 올해 뿐 아니라 해마다 거듭되는 연례행사쯤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싸움들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해마다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백일의 회기중 70일을 허송하고 예산안은 심의하는 둥 마는 둥 처리해 놓고서 마지막 판에 가면 왜 이런 추태를 벌이는지 알 수가 없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면서 뒤로는 자신들의 지역구를 위한 「민원성 예산」을 끼워 넣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은 예산조정내용을 보면 빤히 드러난다.
그리고 나서 농민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의정단상에서 몸싸움을 연출하는 그 2중성에 아연할 뿐이다. 국회의 추태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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