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위빈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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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8강전 하이라이트>

○ . 위빈 9단 ● . 백홍석 5단

장면도(76~88)=좌하 일대에서 기적적으로 승전을 거둔 백홍석은 쟁점이었던 흑▲의 곳을 차지하며 비로소 판의 균형을 잡았다. 엷어 누더기와도 같았던 좌하 흑진이 저토록 두터워진 게 신기하다. 더구나 선수를 잡아 오래전부터 천하의 요소로 지목되었던 흑▲를 차지한 것은 더욱 신기하다.

'참고도1'에서 보듯 백이 먼저 1에 붙이거나 A로 두기만 해도 이 공격은 좌상의 철벽 같은 백 세력과 호응해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위빈(兪斌) 9단은 유창혁 9단을 꺾고 세계 챔프에 올랐던 실력자인데 좌하에선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보였다. 간발의 욕심으로 흙탕물에 발을 담그더니 끝내 헤어나지 못했다.

76, 78로 곧장 움직인 것도 하수스럽다고 한다. 이처럼 두 점 머리를 자청해 얻어맞는 것은 몹시 궁할 때나 쓰는 수법. 그로 인해 85까지 귀가 큼지막하게 흑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박영훈 9단은 '참고도2' 백1에 먼저 붙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백1로 붙이면 흑은 2로 받거나 B로 막을 수 있는데 그 어느 쪽도 수습에 지장은 없다. 그렇다면 귀를 내주지 않는 게 옳은 방향이다.

일류들도 가끔은 취할 때가 있다. 마음은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손은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그러나 형세는 아직 누가 우세한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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