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V '아버지' 이젠 진짜 로봇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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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제주도에서 열린 산업자원부 워크숍에 참석했는데, 학자와 공무원들이 로봇산업 육성에 '태권V 아버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걱정도 됐지만 로봇산업은 중요한 국가 성장동력이고 상상력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를 만든 김청기(65.사진) 감독이 진짜 로봇만들기에 나선다. 23일 출범한 산업자원부 로봇정책포럼(의장 광운대 김진오 교수)의 일원으로서다. 로봇정책포럼은 로봇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기술개발, 일반인의 인식 제고, 활용방안 등을 연구하는 기구다.

36명 회원 대부분이 로봇공학 관계자이고 문화계 인사로는 김 감독이 유일하다. 올해 '로보트 태권V'개봉 30주년 행사를 산업자원부와 함께 치뤘던 김 감독은 "만화나 공상과학소설 속에서나 보던 로봇이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고 하니 벅찬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다.

그는 "기계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면 흔히 혐오감이나 두려움을 갖기 쉬운데, 그런 만큼 로봇의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며 "아이작 아시모프가 SF소설을 통해 '로봇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이를 일본의 데즈카 오사무가 애니메이션 '아톰'에서 활용한 것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내다본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로보트 태권V

"개인적으로 도우미 로봇이 가장 시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노인이나 지체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로봇 말입니다.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인다면 그런 로봇이 유사 시에는 경호용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구요."

로봇정책포럼은 전략기획팀.수요창출팀.R&D 혁신팀.인프라조성팀.법제도정비팀 등 5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산.학.연 로봇전문가와 마케팅.법률.경제.경영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회구조.국민의식.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다양한 로봇산업 정책방향과 그에 따른 세부 실행방안을 도출하게 된다.

산업자원부 로봇팀 이진수 사무관은 "현재 국내 로봇산업은 시장형성 초기단계이므로 체계적.종합적인 국가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김 감독 같은 분의 상상력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산업 관련자들만 참여할 경우 자문 내용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데 김 감독님을 포함한 마케팅, 경제, 디자인을 공부한 교수님들이 신선한 시각에서 의견을 내놓으신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럼에서는 국제 규모의 테마파크 로봇랜드 조성, 국가로봇 클러스터 구축, '로봇 투어 버스'(가칭) 제작, '로봇윤리헌장' 제정, 로봇펀드 도입 등 실현 가능한 정책을 논의하게 된다.

현재 대하 SF애니메이션 '광개토대왕(가제)'의 기획으로 분주하다는 김 감독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해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 생각인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활짝 웃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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